내일(11일)이면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가 됩니다. 어제까지 희생자 17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도 광주·전남 지역을 제외하곤 오늘 운영을 마칩니다. 참사 현장도 어느 정도 수습이 마무리됐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참사 원인은 거의 없습니다. 한쪽 엔진에서 새 깃털이 발견돼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뿐입니다. 참사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이제 막 분석 작업에 들어갔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넘게 걸린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사고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허가를 받고 폭발하기까지, 9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안하면 비행기를 가급적 안 타는 게 좋을까요?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는 박수지 경제산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이번에 참사가 난 보잉사 항공기를 앞으로 타도 괜찮을까요?
박수지 기자: 소비자 입장에선 큰 참사가 일어난 뒤라, 보잉 737 기종 모두 불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보잉 737 맥스 기종은 2018~2019년 잇따른 대형 추락사고로 악명이 높았으니까요. 미국에서 집중 점검하고, 전 세계적으로 비행이 중단되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보잉 737 모든 기종이 문제라고 단정하긴 어려워요. 보잉 737 기종은 클래식, 넥스트 제너레이션(GN), 맥스 등 엄청 다양하거든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737 기종이 비교적 오래 안정적으로 운영된 점도 고려해야 하고요. 이번에 사고가 난 737-800은 제너레이션에 포함되는데요. 국토부가 국내 737-800 항공기 101대를 모두 조사하고 있으니 우선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일시적으로 운항을 금지하는 ‘긴급 운항 정지’ 제재를 할 수 있어요.
[The 2] 저비용항공사(LCC)는요? 비용 부담이 더 돼도 대형항공사 항공기를 타야 해요?
박수지 기자: 사전 정보만으로 100% 사고가 안 날 항공기를 고르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참고할만한 자료는 있어요.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해 항공기의 가동률과 안정성 등에 대한 자료가 있거든요. 중요한 건 저비용항공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항공사의 가동률, 그러니까 얼마나 항공기를 운항했느냐 하는 거예요. 가동률이 높다는 건 자주 항공기를 운항한단 거고 그만큼 정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국토부가 올해 1∼11월 국내 5개 항공사의 보잉 737-800 기종의 하루 평균 가동률을 계산해 봤는데, 제주항공이 14.14시간으로 1위였어요. 제일 빡빡하게 항공기를 돌린 거죠. 이어 진에어(11.35시간), 티웨이항공(10.94시간), 대한항공(8.6시간), 이스타항공(6.46시간) 순이었습니다.
이런 정보가 궁금하면 국토교통부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발표하는 ‘항공운송서비스 평가 결과’를 참고하면 돼요. 국내(10개)는 물론 국외(36개) 항공사의 평가 등급(A∼F)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여객 실적이나 지연시간, 안전성, 이용자 만족도처럼 분야별로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어요. 지난해 하반기 평가가 올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은 국토부 누리집에서 보세요.
[The 3] 참사 조사 결과는 언제쯤 나올까? 최대 3년이 걸린다는 말도 나와요.
박수지 기자: 참사 원인을 밝힐 블랙박스가 2개잖아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그중 한국에서 분석한 CVR는 녹취록 작성이 끝났다고 해요. 어느 정도 주요 내용이 추려진 거죠. 다만 FDR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조종사 음성을 공개했을 때 조종사가 잘못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음성과 영상을 최대한 종합해 나중에 발표하려는 것 같아요.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지난 6일 미국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로 보내졌고, NTSB가 블랙박스 안 데이터를 빼내는 인출 작업을 시작했어요. 데이터에 문제가 없으면 데이터 인출은 10일 안에 가능하다고 해요. 사실 NTSB가 이미 조사하고 있던 건도 있어서, (사고기의) 데이터 인출이 더 늦어질 거라고 봤거든요. 근데 예상보다 분석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조사 결과까지 3년이 걸린다’는 말은, 최종 조사 보고서가 작성되기까지 최대 기간을 말해요. 보통 블랙박스 분석에 1년~1년 반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특별한 변수가 없이 데이터가 빠르게 복구된다면 이 정도 기간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The 4] 앞으로 밝혀야 할 게 많은데, 뭐가 가장 중요해요?
박수지 기자: 랜딩기어와 관련된 조사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조류 충돌은 참사의 1차 원인, 방위각제공시설(로컬라이저)은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조류 충돌로 사고기 양쪽 엔진이 망가졌다고 해도 안전한 비상 착륙을 위한 장치인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거니까요. 자동으로 랜딩기어를 펼치기 어려웠다고 해도 사고기는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요.
이런 장치들이 모두 작동지 않은 건지 봐야 하고요. 그렇다면 보잉기 문제인지, 부품사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조종사가 순간 당황해 놓친 건지도 모두 미스터리잖아요. 블랙박스 분석 결과로 밝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The 5]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요? 그 밑의 콘크리트 둔덕만 없었어도 크게 불이 안 났을 수도 있는데, 그거 불법 아니에요?
박수지 기자: 그건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규정 위반 여부는 다퉈 볼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국내 규정을 보면 활주로 끝에서 최소 90m를 종단안전구역으로 정하고 있어요. 비행기가 착륙하다가 조금 미끄러질 수 있으니, 활주로는 아니지만 여기까진 웬만하면 장애물을 두지 말도록 하는 거죠.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에서 5m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러니까 불법은 아니라고 국토부는 해명해요.
문제는 다른 규정과 이 규정이 충돌한다는 거예요. 앞에서 말한 규정 말고 공항안전운영기준을 보면, 종단안전구역과 관계없이 로컬라이저를 포함한 비행기 활주로 안전시설은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어요. 그럼 (무안공항이) 불법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무안공항은 2007년에 문을 열었거든요. 근데 공항안전운영기준은 2010년 시행됐으니, 국토부는 무안공항 건설 당시 그 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제대로 된 해명은 아니에요. 규정은 이미 2003년에 만들어졌지만 기존 공항의 시설을 바꾸는 시간을 고려해 시행을 2010년 1월로 미룬 거거든요. 2003년 이후에 만들어진 신규공항에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긴 어렵다는 반발이 있어요.
한겨레 권지담 기자 /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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