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다가오는 전원위원회에서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방어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을 상정해 심의하기로 했다. 해당 안건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정당화하는 대목들이 일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오는 13일 예정된 ‘2025년 제1차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 올랐다. 해당 안건은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 5명이 공동 발의했다.
해당 안건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장과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장에게 윤 대통령의 방어권 철저한 보장을 권고하는 내용이 실렸다.
안건을 살펴보면 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들은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한 이상 국방부장관이나 군지휘관, 경찰청장 등이 그러한 대통령의 결심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부적인 계엄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구나 계엄이 선포되고 지속된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없고 기물 파손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이다.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도 없다”며 “그렇다면 계엄 선포에 관해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내란죄를 적용해 체포 또는 구속 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위원들은 국회의장에게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철회해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도록 할 것과 향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남용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헌법재판소장을 향해서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현재 계속 중인 다른 탄핵 심판 사건들에 앞서 신속하게 심리하고 결정할 것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할 경우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철저하게 보장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것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의 잘못이 없도록 충실하게 심리할 것 △계엄 선포 관련 다수 형사소송 진행을 고려해 심판절차의 정지를 검토할 것 △훈시규정인 180일의 심판기간에 얽매이지 말 것 등의 권고를 내놨다.
재판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에게는 수사기관의 체포 또는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할 것을,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가수사본부장, 국방부 조사본부장, 국방부 검찰단장에게는 계엄 선포와 관련된 범죄 수사에 있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기초한 불구속 수사를 할 것과 체포 또는 구속 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했다.
이에 시민사회는 “파행을 넘어 인권위의 몰락”이라며 안건상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36개 단체가 소속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법과 인권의 원칙을 부정한 내란수괴 윤 대통령의 계엄과 체포 방해로 시민들이 막대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안건을 상정시킨 인권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안건은 모든 사람의 인권과 존엄을 보장하고 차별을 방지하는 인권위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계엄과 지금도 이어지는 내란 사태에 대한 국가기관으로서의 기본적 인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전원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며 “이러한 안건이 상정되고 논의되는 거 자체가 오히려 시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을 포함한 5인의 인권위원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당장 해당 안건을 철회하고 사죄하고 즉시 인권위원 자리에서 퇴진해야 한다”며 “공동행동,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 모두가 당신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당신들에 의한 인권위의 몰락을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국가인권위원회지부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해 “인권위원 5명이 주장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조속한 극복 대책’은 위원회의 설립 목적에도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수사 기관의 체포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의 위기에 놓인 윤 대통령을 구하려는 내란 동조 세력의 정치적 술수이자 획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10일 성명을 통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으로 국가적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내란수괴 윤 대통령과 이에 동조한 한 국무총리를 비호하면서 ‘국가적 위기 극복’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내란행위에 가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 이름에 먹칠하는 행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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