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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이 임박한 10일 새벽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밤샘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한파에 양측 집회 모두 따뜻한 간식은 물론 난로·난방버스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야를 이어나갔다. 진보 진영에서 먼저 들고 나와 ‘인간 키세스’로 화제가 됐던 은박지 담요가 보수 진영에서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6시께 서울 한남동 볼보타워 인근 진보 집회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열댓 명이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다만 추위 탓인지 찬 바닥에 깔려 있는 돗자리는 비워져 있었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텐트로 피신해 몸을 녹이고 있었다. 가운데 석유난로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던 참가자들은 전원이 갑자기 꺼지자 “기름은 남았는데 왜 이러지”라며 당황하기도 했다. 일부는 간식 텐트에서 커피와 유자차를 마시며 추위를 달랬다.
동작구에서 온 홍태용(75) 씨는 “살면서 집회에 별로 참가해 본 적이 없는데 지난해 말 여의도 촛불집회때부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어제 오늘은 너무 추워서 바깥과 텐트를 왔다갔다하면서 추위를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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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집회 참가자들은 루터교회를 근거지로 삼고 일신홀과 한남초 인근으로도 조금씩 흩어져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진보 진영의 집결지였던 일신홀 인근에선 몇몇 참가자들이 은박지 담요를 덮고 찬 바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끼지 않았다면 ‘키세스 시위대’로 충분히 착각할 정도였다. 키세스 시위대란 지난 5일 진보 진영 참가자들이 폭설 속에서도 은박 담요로 체온을 유지하며 집회 현장을 지킨 모습에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바로 옆에는 난방버스도 몇 대 세워져 있었다. 경기도 의왕에서 온 A(58)씨는 “노인네들은 난방버스에서 몸을 녹이고 젊은 사람들은 밖을 지키고 있다”며 “지난 3일부터 집회에 참가했는데 그네들(체포조)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만큼 계속해서 자리를 지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박종준 경호처장이 경찰 조사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집회 현장의 긴장감도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박 처장은 앞선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지만 이번에는 출석 요구일 전날 변호인을 선임하며 결국 경찰의 소환에 응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전날 서울, 인천, 경기 안보·광역수사 기능 1000여 명의 수사관들에게 ‘동원 지시’를 내린데 이어 이날 오후 2시까지 국수본에 모이라고 통보하며 체포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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