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브리핑을 열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해명했지만, 논리가 빈약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 자가당착 국토부… 논리 빈약 지적 쇄도
먼저 국토부 측에서 내린 결론은 “콘크리트 둔덕이 안전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해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둔덕의 위치 △재질과 형상 △건설규정과 운영규정 간 상충되는 등 쟁점사항은 크게 3가지”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서 이러한 부분이 쟁점사항이라고 얘기한 이유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시설물이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의 합법·불법 여부를 가리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크기’ 부분이다.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콘크리트 둔덕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위치한다면 국토부의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타당하다. 종단안전구역 외에 위치한 시설의 경우 설치를 할 때 소재 등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은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크기)의 제1항이다. 이 조항은 ‘다음 분류문자를 가진 활주로의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에서부터 90m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종단에서부터 60m 길이의 착륙대를 갖추고 있고, 착륙대 종단에서부터 199m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설정해 운영 중이다. 로컬라이저가 위치한 둔덕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끝에서 5m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토부에서는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방위각 시설까지 199m로 의무사항인 90m 이상을 확보해 규정에 맞게 건설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내외 규정을 검토한 결과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하는 시설에 대한 재질과 형상에 대한 별도규제는 없는 상태로,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이 현행 국내외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즉 ‘콘크리트’로 10여개의 다리를 세우고 흙으로 하단을 덮은 뒤, 그 위에 ‘콘크리트 상판’을 얹어 로컬라이저를 세운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국토부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먼저 무안공항은 분류번호 3·4에 해당되는 정밀접근활주로를 갖춘 공항으로, 착륙대 종단부터 240m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또 로컬라이저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 제2항과 제4항을 살펴보면, 종단안전구역 설치·면적 기준을 착륙대의 종단에서부터 △분류번호 3·4(정밀접근활주로)인 경우 240m 또는 제동시스템(이마스 등)이 설치된 경우 감소된 길이 △정밀접근활주로의 경우에는 방위각제공시설(LLZ)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하여야 하며∼ 라는 내용이 존재한다.
아울러 설치기준 제22조(활주로 종단안전구역내의 물체)에는 ‘항행에 사용되는 장비 및 시설로 반드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돼야 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항안전운영기준 제109조(항공기 운항지역 내의 장비와 시설의 배치 및 구조)에는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의 지역(종단안전구역)에 항행목적상 필요해서 설치하는 시설 및 장비 등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낮게 설치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뒀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과 공항안전운영기준의 내용대로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종단부터 240m까지며, 이 기준을 적용하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다리와 상판으로 구성된 둔덕은 불법시설물이 된다.
그럼에도 국토부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백브리핑을 통해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종단안전구역을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규정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또한 미국항공청(FAA) 규정에는 방위각 시설이 종단안전구역 ‘너머’에 위치해야 한다고 표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종단안전구역 내(內)에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고 방위각 시설 전(前)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과 공항안전운영기준에서 종단안전구역 관련 내용에 대해 법리해석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국토부에서도 법리해석 여부에 대해서는 재차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7일 백브리핑 내용 중에서 종단안전구역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법리해석을 받았는지는 파악이 어렵다”면서 “보통 국어에서 ‘1부터 100까지’라고 하면 100을 포함하고, ‘4시까지’ 등 시간을 얘기할 경우에도 4시를 포함하는 게 맞아서 국어의 일반적인 해석은 ‘까지’일 경우 이를 포함하는 게 옳은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가령 ‘4시까지 퇴근하라’고 했을 때는 4시를 포함하는 게 맞는지 모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위각시설도 일반적으로 장애물로 봐야 하며, 활주로 끝단을 연장할 시 첫 번째에 나타나는 첫 번째 장애물이라서 퍼스트 옵스타클(First obstacle)이라 부른다”며 “장애물은 종단안전구역 내에 있으면 안 되는 게 기본 규정인데,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을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까지 적용해 넓게 볼 경우에는 현재의 로컬라이저 둔덕은 불법 시설물이 되는 만큼 위치를 그 밖으로 옮기거나 부러지기 쉬운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공식입장 발표를 두고 ‘책임회피’ 및 ‘공항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의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조사는 셀프조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사고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자 결국 국토부 관료 출신인 장만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사퇴했다. 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일 무안공항 및 제주항공 사고조사와 관련한 업무에서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등 등 국토부 관련 인사를 모두 배제시켰고, 본인도 참사 수습 이후 적절한 시기에 맞춰 장관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한편, 국토부는 전국 공항 가운데 로컬라이저 시설이 둔덕 위에 설치된 여수공항 등 4개 공항에 대해 로컬라이저 시설 개선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이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서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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