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국내 경제와 소매시장 정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한정된 소비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소비시장 키워드로 생존 경쟁과 가격 중시 소비 트렌드를 꼽았다.
◇ 소매시장 정체에 불확실성도 확대… 유통시장 성장률, 0.4% 전망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소비시장의 키워드로 ‘SNAKE’를 제시했다. 이는 생존(Survival), 차세대(Next), 인공지능(AI), K-문화(K-culture), 가격 중시 소비 트렌드(Economical consumption)를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소매시장 성장은 2021년 7.5%를 정점으로 2023년 3.1% 등 하락 추세를 보였다. 2024년 1~9월 기준으로는 0.8%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올해 유통시장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66.3%는 올해 유통시장이 작년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3.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38.2%) △시장경쟁 심화(34.2%) △소득·임금 불안(24.2%)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1%대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모양새다. 누적된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1%대의 물가상승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3.3%에 달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도 2.9% 수준이었다.
여기엔 ‘칩플레이션(Cheap+Inflation)’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식 물가지수는 같은 품목의 다양한 브랜드 상품 중에서도 대표성이 있는 특정 상품의 물가를 조사한다. 이 경우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겐 실제 체감물가에서 차이가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 “유통기업은 ‘가성비’로 소비심리 잡아야”… 정부 정책은?
대한상의는 올해 유통시장 키워드와 관련해 “유통기업들은 까다로워진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더 낮은 가격의 가성비 상품 제공을 위해 생존을 건 경쟁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소비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갈수록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과 추가 수익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프라인에서는 대형마트가 식품 전문성을 강화한 소형포맷 등 인구구조변화와 경제적 구조에 맞게 다양한 사업모델을 실험적으로 시도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포맷을 찾으려는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고 비용구조 최적화를 통해 비용 및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인공지능)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한상의는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고조가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확산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대한상의는 “소비 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불필요한 물건 구매를 자제하고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이른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고물가‧고금리로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황형 소비 트렌드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역할 측면에선 물가안정 유지와 중저가 품목의 가격안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렴한 제품이 가격이 크게 오르는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 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강철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일반적으로 각 가계가 소비하는 품목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경험하는 물가에 차이가 있다”라면서 “그러나 소비 품목 구성이 완전히 같은 경우라도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고소득층은 고가 상품을 주로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 분위별로 상승률이 다르다면 각 소득계층의 실효 물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칩플레이션은 물가 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좋다”면서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중·저가 품목의 가격안정을 위해 해외 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품목에 선별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BOK 이슈노트 [제2024-32호]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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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18. |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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