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임시 공휴일’ 카드가 다시 등판했다.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이후 100여일 만이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도입한다지만, 정부 취지와 달리 오히려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달에 소비가 꺾인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소한 소비는 해외 여행 지출로 이어졌다. 임시공휴일의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정부는 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오는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확정되면 상당수의 직장인은 1월 25일부터 설연휴 마지막날인 1월 30일까지, 혹은 1월 31일 휴가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다음달 2일까지 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추진한 이유는 ‘내수 진작’과 ‘지역 관광 활성화’다. 그런데 과거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내수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실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가장 최근 임시공휴일(2023년 10월 1일)이 포함된 지난해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 지표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내수와 관련된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1.4%, 1.9% 줄어들었다.
직전 월인 9월에 추석 연휴가 있어 소비가 많았던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작년 10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1.1로 2024년 3분기 평균 소매판매액지수 101.3보다 낮았다.
국내 소비는 줄었지만, 해외 여행은 급증했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민 출국자 수는 238만6000명이었다. 전년 동월(204만7000명)은 물론, 8월(236만2000명)·9월(231만5000명) 수치도 뛰어넘었다. 일부 여행사에선 10월 모객 실적이 여름 성수기인 7·8월 실적마저 뛰어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각에서는 장기간 연휴가 아닌 ‘퐁당퐁당’ 연휴라는 이유로 해외에 나가기보다는 국내에서 더욱 돈을 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해외여행 추세를 보면 임시공휴일이 연휴의 연속성과 상관없이 해외여행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0월의 경우 일본·중국·타이완·홍콩·태국으로의 전월 대비 출국이 급증했다.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도 임시공휴일 지정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부산에서 음식점과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전모(32)씨는 “워낙 사람들이 여행가고 놀러 가기 바빠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은 오히려 타격이 큰 것 같다”며 “빨간날이 이어진다고 해서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닌 걸 체감한 터라,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임시공휴일 지정 때마다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조업일수가 줄어 공장 가동을 멈추면 생산이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줄었고, 추석을 계기로 임시공휴일(10월 2일)이 지정됐던 재작년 10월에도 전산업 생산은 0.7% 감소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얼마큼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는지 연구한 결과도 빈약한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20년 7월 발간한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 정도가 매번 언급될 뿐이다. 해당 보고서는 임시공휴일 1일 지정에 따라 경제 전체의 생산 유발액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조6300억원 등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인용한 ‘임시공휴일 1일 1인당 소비지출액과 소비지출 구성비’란 전제가 2011년 조사 결과에 기반한 것으로 현재와 10년 넘는 시차가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올해도 최근 두 차례의 임시공휴일처럼 큰 내수 진작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휴가 길어질수록 해외로 나가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라며 “다만 고환율(원·달러 환율)이라 달러화를 쓰는 곳보단, 통화가 약세인 일본과 호주 등으로 가는 여행객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또 임시공휴일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선 “내수 진작을 위해 마땅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임시공휴일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시공휴일에 대한 여러 부정적 의견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며 “요즘처럼 정치적인 이슈로 어수선할 때는 불확실성을 줄여서 마음 편하게 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천 교수는 “임시공휴일이 누군가에겐 혜택이고 누군가에겐 손해인데 이 정책이 누구를 타깃하는 것인지를 잘 고민해서, 앞으로는 보완되는 정책을 함께 구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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