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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의 미술 프리즘] 이배(Lee Bae)의 삶에 예술의 의미를 주는 하나의 색은 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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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 作
이베 作

이배(Lee Bae)는 숯을 빌려 선을 새긴다. 숯의 검정, 관념을 이미지로 바꿨다. 이배는 숯가루가 섞인 먹물로 다양한 형태의 붓질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배 작가의 ‘붓질 (Brushstroke)’ 시리즈는 숯가루가 섞인 먹물로 그린 붓 자국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 숯이 가진 태생적 관념 위로 작가의 몸짓과 호흡, 기운생동의 에너지가 담긴다. 이처럼 이배 작가는 ‘숯’의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며 동양의 수묵 정신을 재해석한 회화와 설치를 선보여왔다.

몸을 쓰는 방식. 뒤집어보면 도리어 새롭다. 이배는 그렇게 새로움으로 고투한다. 작가에게 예술의 변용성이나 예술가의 변화는 굉장히 중요한 에너지다. 이배는 매 순간 변화하기 위해 애쓰고, 방법을 세련되게 다듬어낸다. 지금 이배(Lee Bae) 작가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몸을 쓰는 방식이다. 특히 ‘붓질(Brushstroke)’ 이라는 작품에서 느낌은 엄격한 자기통제와 자기 규율, 수행적 면모다. 그가 전에는 숯의 물성을 가지고 주로 작업했는데 점점 움직임으로 관심을 옮겼다. 왜냐하면 그도 그럴 것이 이배는 매일 서서 작업한다. 붓을 들고 그리는 순간에 신체를 움직이고 이어 정신과 부합된다. 그가 공간을 압도하는 일필휘지의 붓질은 검정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질감의 정수다.

이배는 2019년부터 〈아크릴 미디움〉에서 ‘미디움’을 제거한 ‘붓질’ 작업이 시작된다. 그의 붓질은 공간성과 공시성 내에 얼어 있던 시간성과 제스처를 해빙시킨다. 붓질이 시작된 ‘처음’과 이를 마친 ‘끝’이 보이고, 작가의 순간적인 제스처도 생생하게 드러나며, 시간성과 역동성이 파악된다. ‘붓질’은 숯가루를 물이나 기름에 섞은 뒤 서예를 하듯, 획을 긋는데 획은 그 자체로 움직임을 품고 있다. 신체가 주는 감성을 획으로 표현하지만, 서예에 기반을 둔다. 암튼 그의 ‘Brushstroke(붓질)’은 자유롭고 생동하는 에너지다. 그의 작업방식이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는 과정 동안 생겨나는 모티브 들은 때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를 띠거나 몇 년 전 그린 것과 비슷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의식이 아닌 신체가 담고 있던 기억의 파편들로, 규칙적이고 꾸준한 태도를 통해 생성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그가 그려낸 것은 신체와 외부의 기억을 정제해 가는 과정으로 작업을 하기에 삶 자체가 하나의 화면이다.

필자가 이배의 예술가적 기질을 예견하건대 그는 앞으로도 숯을 이용해 새로운 퍼포먼스도, 모든 색을 머금은 검은색에서 새로운 색을 끄집어도 그리고 ‘붓질’ 시리즈를 이어가며 해방의 몸짓을 이어갈 것이다. 지금 작가 이배(Lee Bae)가 뉴욕에서, 파리에서, 대구에서, 서울에서, 청도에서, 어디에서(where) 붓질(brushstroke)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안재영 미술평론가.
안재영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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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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