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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상 환경에 적응 위해 혁신과 공급망 다변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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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세계 통상 환경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의 새로운 체제 가동이 예정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1)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의 공급망 내재화, 전력 에너지 기반 확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 등 미래 산업 육성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면서 주요국의 통상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 무역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통상’은 국내 전문가 3인에게 이러한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 환경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심층적으로 물었다.

서울대 독어교육, 헬싱키 경제대 석사, 전 KOTRA 통상협력실장, 전 KOTRA 오사카 무역관 부관장, 전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근무
서울대 독어교육, 헬싱키 경제대 석사, 전 KOTRA 통상협력실장, 전 KOTRA 오사카 무역관 부관장, 전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근무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양은영 KOTRA 지역조사실 실장(이하 양은영) “과거 기술은 선진국, 소재 부품은 한국, 조립은 중국에서 담당했으나, 중국은 점차 배제되고 있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고관세정책으로 중국 기업은 아세안,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했다. 이는 우리 기업에도 도전이 된다. 중국은 자동차, 휴대폰, 가전 분야에서 아세안과 멕시코에 투자하며 우리 기업과 경쟁 중이다. 베트남에서 중국의 투자액이 한국을 추월하며 경쟁이 심화했고, 동남아로 유입된 중국산 저가품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한국은 유연하게 대응할 제조업 기반국으로 꼽힌다. 미국의 전력 기자재, 건설 기자재 등 수요 증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과거 중국산이 지배했던 시장도 공략 중이다. 미국은 협력할 파트너를 선별하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김수동 KIET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이하 김수동)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각국의 자국 생산 및 비축 정책이 강화되면, 특정 제품이나 부품의 공급망에 차질 또는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신흥국 기업은 크게 타격받을 수 있다. 산업별로 영향을 살펴보면,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같은 핵심 산업과 기술에 대한 자국 생산비율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같은 제도는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도 자국산 원료와 부품 사용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강화되고있다.”

서울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 제37회 행정고시, 미국 뉴욕주립대 법무박사, 중앙대 법학박사, 현 한미 FTA 분쟁패널 위원, 현 무역위원회 위원
서울대 경영학 학사, 행정학 석사, 제37회 행정고시, 미국 뉴욕주립대 법무박사, 중앙대 법학박사, 현 한미 FTA 분쟁패널 위원, 현 무역위원회 위원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이 2025년에는 어떻게 전개될까.

양은영 “관세, 기술, 투자 전반에서 심화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 전략과 달리, 미국 신행정부는 명확한 ‘디커플링’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대응 방식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관세법, 희토류 관리법 등 통상 법제화를 통해 국제 관행과 의무를 강조하며, 시차를 둔 핀포인트식 대응으로 전략적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국 내 부동산 경기 부진 등 내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중한 대응을 택하려는 것이다. 미·중 갈등 확대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차단과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규제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며, 다른 국가의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조영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이하 조영재)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산업에서는 대미 수출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된 소재·부품 산업 등에서는 미국의 수입 규제와 엄격한 원산지 심사로 인한 리스크가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EU의 환경 규제 강화로 수출이 제한되면,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저가 수출 전략을 아시아 국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역외 우회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 기업이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와 직접 경쟁해야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AI,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미·중 통상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기업에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 등 현실적인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에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국제 협력 강화와 기업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EU 집행위 출범이 유럽 내 통상 환경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양은영 “새롭게 출범하는 EU 집행위는 이전 집행위의 ‘그린딜’을 계승해 ‘청정 산업딜’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집행위의 탄소 중립 정책은 환경 규제와 산업 육성에 성과를 냈으나, 생산 비용 증가와 일자리 감소로 반발을 초래했다. 특히 전기차 전환과 농업 규제는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과 농업계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일부 환경 정책이 완화할 수 있지만, 신집행위는 여전히 탄소 중립 목표를 유지할 전망이다. EU는 첨단산업 내재화와 환경 규제를 통한 통상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제품여권제도(DPP), 공급망실 (CSDDD) 등은 유럽 기업 보호를 강화하며, 외국 기업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반덤핑 및 보조금 조사도 진행 중이며,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EU의 ‘그린딜’ 같은 환경 규제가 통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김수동 “수출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자동차 등은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직접적으로 영향받을 수 있다. 탄소 배출이 많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탄소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 기업은 탄소 배출 저감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EU의 환경 기준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이에 대응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등 친환경 경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조영재 “EU 집행위 출범으로 환경 규제 및 디지털 전환 요구가 강화될 전망이다. 예컨대 EU의 그린딜2) 정책에 따라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관세 이외에 부과금이 적용되는 CBAM 등이 도입되면서 철강 등 한국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대EU 수출 비용 및 가격이 상승하는 한편 대EU 수출 장벽에 직면한 중국, 인도 등 개도국 기업의 대한국 수출 공세가 강해져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환경 규제는 수범자가 확대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미국 신행정부는 그린 뉴딜 폐지, 환경 규제 완화, 화석연료 공급 증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을 예고하고 있어 미국, EU 간 통상 마찰의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EU 환경 규제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한 협상 카드로 활용돼 선별적으로 수정되거나 차등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새로운 EU 집행위는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데이터 보호, 사이버 보안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강화된 디지털 전환 정책은 디지털 무역 관련 새로운 장벽이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미주리주립대 경제학 박사, 현 한국국제통상학회⋅ 한국혁신학회 부회장. 현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자문위원
미국 미주리주립대 경제학 박사, 현 한국국제통상학회⋅ 한국혁신학회 부회장. 현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자문위원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내재화가 각국의 통상 정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김수동 “주요국의 통상 정책에 변화를 불러오며, 우리나라와 글로벌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자국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을 겨냥한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유럽 반도체법과 CBAM으로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며, 중국은 기술 자립과 내수 시장 중심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긍정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칩스법과 IRA를 활용해 현지 투자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얻고, 첨단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과 EU의 공급망 내재화로 한국 수출 품목 시장점유율 하락, 미·중 디커플링에 따른 중국 수출 감소,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며, 생산 비용 증가와 효율성 저하가 예상된다. 신흥국 제조업 성장 제약, 경제 불균형 심화, 기술 블록화로 인한 협력 감소와 기술표준 경쟁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산업의 미래산업 기술 육성이 통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조영재 “AI,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요국 간 기술 개발 및 정부 간 지원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통상 환경 및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AI,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실행하고 있고, 이는 자국 기술의 국제 표준화, 지식재산권 확보 및 보호 등을 위한 경쟁 및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AI,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판매 가격보다 제품 자체 성능 및 효능이 중요하므로 각국은 관세율 상향 같은 정량적인 조치보다 기술 규제 같은 정성적인 비관세 조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동 “기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 간 산업 경쟁력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다만 신기술의 도입으로 노동시장에서 일부 일자리는 감소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는 인력 이동과 관련된 통상 이슈를 야기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활용이 증가하면서, 각국의 데이터 보호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에 영향을 미쳐 통상 환경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미래 첨단 기술과 산업 육성은 글로벌 통상 환경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기술 표준과 관련 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산업 및 통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양은영 “2025년 이후 글로벌 경제는 감세와 금리인하로 점진적 회복이 기대되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교역 위축 우려도 있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큰 위험으로 인식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경제 위기를 극복한 핵심은 언제나 ‘혁신’이었다.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에서는 인터넷, 2008년 금융 위기에서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경제를 변화시켰다. 이제 AI기반 디지털 경제가 중심이 될 것이며, ICT 경쟁력과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과 기업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 중국은 이미 어느 정도 기술 자립을 이뤘다고 알려져 있고, 선진국은 원천 기술 공유를 꺼리고 있어 우리는 혁신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조영재 “우리나라 무역 구제 시스템의 점검과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 속에서 무역 장벽을 피해 보호가 느슨한 국가로 수출이 몰리면서 국내 산업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신속한 수입 규제 조치가 요구된다. 첨단 기술 산업육성을 위해 R&D 투자 확대와 함께 생산자 보조금, 세제 혜택 등 판로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원자재와 중간재의 해외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소재·부품·장비의 국내 생산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EU의 환경 규제 강화와 달리 미국 신행정부는 화석연료 공급 확대, 그린 뉴딜 폐지, 환경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실용적인 에너지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환율·금리 관리, 산업·통상 정책 간 연계 강화, 정부·기업 간 협력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

김수동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변 속에서 한국은 첨단 기술 산업의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술혁신, 공급망 다변화, 동맹국과 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에 적극 대응하고, 이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 산업 전환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용어설명

* 1) 자국우선주의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이나 결정을 내리는 정치적, 경제적 태도 또는 이념이다. 이는 국제 관계에서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다른 국가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 외교, 무역, 국방, 이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친다.

* 2) 그린딜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정책과 전략.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며, 동시에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그린딜은 기존 경제 모델을 탈탄소화하고, 환경친화적인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이 기사는 월간 ‘통상’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에서 ‘월간 통상’을 검색해주세요.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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