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경우에는 관련 절차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던 데서 한발 물러났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 대신 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이 아닌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을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증거가 확보됐다면 기소를 해야 하고, 꼭 조사를 해야 한다면 구속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해온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태도 변화를 보인 셈이다.
윤 변호사 등은 이날 공수처와 면담이 불발되면서 그냥 돌아오긴 했지만 그동안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접촉도 하지 않았던 데서도 태도를 바꿔 선임계를 내는 쪽으로 선회한 모습을 보였다.
윤 변호사는 이같이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강추위에 고생하고, 공무원들도 마음의 갈등이 심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선의로 생각해 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측의 이같은 변화가 공수처의 수사 지연을 유도하고 체포영장 집행 명분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돼 집행만 하면 되는 공수처에 관할 법원을 바꿔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라고 요구함으로써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를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는 자진해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체포영장 집행 명분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중앙지법이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아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법은 지난달 11일 검찰이 청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내란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도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판단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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