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은이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지표와 고환율, 물가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통화당국의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 기준금리 3회 연속 인하할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6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0%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0.25%p(퍼센트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 긴축 완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를 놓고는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최근 경기 하방 우려를 감안해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고환율과 물가,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후반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9%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집계됐다. 여기에 주요 글로벌 IB들은 이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각종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 특히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은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정책 변화 가능성도 수출경기 하방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2일 취임하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강력한 관세 정책을 앞세운 자국 경제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8일 리포트를 통해 “높아진 경기 하방 위험,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정책 부재 리스크 등을 고려해 통화당국이 1월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치솟은 환율과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미국 통화당국의 정책 기조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달러환율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후, 크게 치솟는 흐름을 보여 왔다.
◇ 경기 하방 vs 환율 … 고민 깊어진 한은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하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연준은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2회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기존 4회 인하 전망치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현재 한미간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p다.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금리차는 1.75%p로 확대된다. 환율이 치솟은 상황에선 금리차가 더 확대되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엔 금리를 동결할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지난 3일 리포트를 통해 “한은은 물가 오름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 하방위험 확대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과 지난 2차례 연속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3.00%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유영상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1월 금통위의 경우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국내 정치 불안정 지속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동결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경기 여건에서 인하든 동결이든 1월 금통위는 완화적 스탠스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 연구원은 연내 2.25%까지 한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환율 변동에 따라 유동적일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분기별 1회 각각 0.2%p 인하가 유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공개한 신년사를 통해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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