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
“새해 첫 눈길을 처음 걷는 마음입니다. 한국 우주 연구의 발자취를 남기는 심정으로 후세대도 오랜 시간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죠.”
7일 대전 유성구 KAIST(카이스트) 우주연구원에서 만난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은 백범 김구가 자주 인용한 시구 ‘첫 눈길을 밟는 이가 남긴 발자취는 후인의 길이 되니 허튼 걸음을 하지 말라’를 언급하며 이처럼 말했다. 국내 우주 R&D(연구·개발)와 인재 양성을 이끌 KAIST 우주연구원을 책임진 그의 새해 다짐이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를 중심으로 KAIST 최고의 교수진이 모여 KAIST 우주연구원의 문을 열었다. 국내 첫 대학 기반의 우주 연구 기관이다.
한 원장은 “우주 R&D는 다양한 구성 요소가 결합해 완성되는 종합 연구체계 성격을 띤다. 본 전공은 다르더라도 우주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각자의 지식에 기반해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실용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용 기술은 ‘이벤트성’으로 한번 보여주고 끝나는 게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두고두고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는 이 전략이 더욱 유효하다는 시각이다. 한 원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를 중용한 트럼프 행정부는 여느 때보다 우주의 전략적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우주에 엄청나게 투자할 것이고, 투자의 중심은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전통적인 연구센터가 아닌 실용 기술일 것”이라고 했다.
KAIST 우주연구원도 실용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을 붙잡아 다시 지상으로 데려오는 이른바 ‘우주 잔해 처리 기술(능동제어기술)’이다. 4개의 로봇팔이 부착된 위성을 궤도에 올린 뒤, 포획 목표 물체에 접근해 껴안듯 붙잡아 오는 그림을 구상 중이다. 한국에선 처음 시도하는 기술로, 한번 제대로 자리 잡으면 우주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잔해를 지속해서 수거할 ‘필수 기술’이 된다고 본다.
첫 포획 목표는 ‘우리별 3호’다. 우리별 3호는 1999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쏘아 올린 우리나라 세 번째 인공위성이다. 우리별 3호를 포획할 위성은 2027년 누리호 6호에 부탑재체로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모든 목표를 달성하려면 먼저 “‘우주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우주 R&D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지만, 이공계 연구직의 불안정성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우주 연구에 힘 쏟는 많은 연구원 중 상당수, 그것도 박사 이상의 고급 인력이 계약직 형태로 고용돼 있다”며 “연구 수요에 비해 국가에서 정해둔 정규직 채용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우주 R&D를 이끈 1세대 연구자는 은퇴를 앞두고 있고, 이들의 기술을 직접 전수받아야 할 후속 연구 세대는 능력에 비해 떨어지는 고용 안정성·보상 체계 때문에 연구계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규직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게 아닌, 계약직이어도 연구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계약 형태와 상관없이 연구 잘한 사람에겐 훨씬 큰 보상을 지급하는 게 한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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