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한국은행 전망치 900억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수출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7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다만 올해 여건은 작년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어서다.
◇ 1~11월 경상흑자 835억弗… “12월도 흑자 예상”
8일 한은에 따르면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9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영향으로 적자(-2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5월(89억2000만달러)부터 7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이 1년 2개월째 증가하면서 경상 흑자를 이끌었다. 작년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2% 증가한 571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에 반영된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통관 기준)이 29.8% 급증했고, 선박과 전기·전자제품이 각각 76.5%, 16.2% 늘었다. 승용차는 작년 말 발생한 부품업체 파업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30.9% 줄었고,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19.4%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가공서비스와 여행, 기타사업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20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효과가 소멸되면서 여행수지 적자는 4억8000만달러에서 7억6000만달러로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34억5000만달러에서 19억4000만달러로 축소됐다.
한은은 지난해 연간 목표치로 제시한 경상흑자 900억달러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가 835억4000만달러로 집계된 데다, 12월 무역수지도 65억달러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모두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이지만, 무역수지는 수입액에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돼 상품수지보다 흑자 폭이 더 작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는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 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흑자 규모는 한은 조사국 전망치인 9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올해 경상흑자 800억弗 전망… “美 관세정책이 변수”
다만 올해는 새로 등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라 경상수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보편적 관세’ 정책(자국 내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 실현되면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기조가 강화되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상수지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기업의 생산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송 부장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소득이 줄면서 본원소득수지가 감소할 수 있고, 이들 국가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소재 기업들의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갈등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은은 긍정·부정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송 부장은 “미국이 중국에 어떻게 관세를 부과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경쟁관계로 전환된 부분도 있어서 우리가 반사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1450원 수준으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 수준도 변수다. 송 부장은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 기업 입장에서 비싸게 팔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기업은 생산비 가격 부담이 있다”면서 “다만 생산시설 해외 이전으로 환율 탄력성이 약화됐고, 가격보다 품질 및 기술 경쟁력을 중심으로 이동해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다음 달 2월에 공개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한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800억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송 부장은 “2월 경제전망에는 실제 트럼프 관세정책의 시행 시기와 강도, 주변국들의 대응 등과 관련된 분석이 담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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