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자유·개방 교역·투자 정책서 제한 정책 선회
전세계적 외국인투자 안보 심사 증가 추세
한국도 외국인투자 심사 제도 강화해야
지난해 12월 23일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심사 마감일이었다. CFIUS는 위원회 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결론을 백악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공개 반대하는 상황에서 주무기관인 CFIUS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백악관에 공을 넘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안에 인수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실제 올해 1월 3일, 불허결정을 내렸다.
지금부터 약 1년 전인 2023년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4위의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이지만 적자로 어려움을 겪어 현재 세계 27위 업체로 내려앉은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발표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US스틸 본사가 경합주(Swing State)인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관계로 선거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금번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경우, 재무부, 상무부 등 16개 부처 대표로 이루어진 CFIUS에서 동 투자의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거래 승인 여부에 관한 심사를 하도록 한다. CFIUS는 거래를 승인하거나, 조건을 붙여서 완화계약을 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금지 등을 권고할 수 있다.
그동안 CFIUS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안보상의 우려가 있는지 심사했다. 일본제철은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US스틸의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에 미국 시민을 임명하는 완화조치를 제안하는 등 여러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CFIUS의 승인 결정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미국의 교역과 투자 제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CFIUS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반대한 기관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미국 USTR은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의 흐름 유지에 초점을 두어 통상정책을 펴왔고 투자에 있어서도 미국 모델 투자협정문( BIT)을 바탕으로 투자 시장 개방을 중점에 두고 양자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왔다.
하지만 이번 CFIUS의 결정은 자유로운 투자의 흐름보다 안보를 중시하였다. 뉴욕타임스도 이번 결정은 미국의 전통적인 개방적 투자 유치 기조에 반대되는 결정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작년 USTR은 WTO 디지털 통상 협상에서도 미국이 줄곧 주장해온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free flow of data)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하여 각국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렇듯 미국이 그동안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역과 투자의 흐름 강조 정책에서 선회해 안보를 중심으로 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해당 결정은 미국과 일본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CFIUS 결정과정에서 일본은 최대치의 민간합동 아웃리치 활동을 보여줬다.
기시다 전 총리는 미국을 직접 방문하여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고 미국 공영방송(PBS)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공정한 결정을 촉구한 바 있으며 지난 11월에 현 이시바 총리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동 문제에 대한 서한을 송부한 바 있다.
트럼프 1기 미국 국무부장관을 지낸 폼페이오 전 장관도 지난해 12월 13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일본제철의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고 기고했고 같은 달 22일에 뉴욕타임스에 같은 취지의 버릿 US스틸 회장의 기고문도 게재됐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미국 철강 노동조합 등 국내 반대를 넘지 못하였다. 일본제철 측은 매수가 무산될 경우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아직 미국과 일본 사이에 투자협정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Ralls Corp. v CFIUS (2014) 등 선례를 보건대 일본제철은 미국 연방법원에 CFIUS를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계속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셋째, 이러한 투자 제한 조치는 미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확산되고 있다. EU도 올해 1월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규정을 발표했고 영국도 2022년 국가안보 투자법을 신설하고 호주도 2021년부터 외국인투자 안보 개선법을 시행하는 등 각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UN 무역개발기구(UNCTAD)에 따르면 2014년에는 17개국이 투자심사제도를 도입했지만 10년이 지난 2023년 기준으로는 41개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투자 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상황에서 약한 고리가 되지 않도록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글/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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