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의 한 점.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스쳐 지나치기 십상이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없는 뱃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 속엔 분명 뭔가 특별함이 있다. 닿을 수 없어 오는 생경함이 소중함을 더 한다.
별천지? 허나 딴 세상이 아니다. 인간의 간섭에 시달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그곳에는 쉬이 볼 수 없는 생명체가 숨 쉬고 있다.
특정도서. 숫자로 봐서는 그리 특이할 것도 없다. 257개. 대한민국 특정도서의 수다. 인천만 하더라도 31개(면적 167만4000㎡)나 있다. 인천 전체 섬이 191군데니 여섯 중 하나는 특정도서다.
그 속에는 160개 섬이 갖지 못한 생소한 각별함이 있다. 살아있는 갯벌이, 그리고 생명력 넘치는 바다의 싱그러움이 그곳에는 그득하다.
천연기념물? 거기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물체들이다. 단지 대자연의 조그마한 조각일 뿐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한데 뒤섞여 흐른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크다 보니 펄은 매일 수 십㎞씩 이동한다. 저녁에 본 바다 세상이 아침에는 전혀 딴 세계로 변해있다. 바닷물에 갇혀있는 외따로 섬에 물 빠지면서 모랫길로 이어진다. 바다의 변화는 매일 같이 요란하다.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없으면 배는 옴짝달싹 못 한다. 오죽해야 외지에서 온 선장들이 사나흘을 버티지 못하고 내뺄까?
조각배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어선을 타고 석모도를 지나 남서쪽 석모수로를 향한다. 하얀 부표가 넓은 바다를 뒤덮었다. 서해 3대 어장으로 불렸던 ‘만도리’ 어장이다.
어망을 피해 요리조리 곡예 항해를 하던 배가 조리질 친다. 곳곳엔 붉은색 깃발이 꽂힌 주꾸미 어망도 눈에 띈다. 어망 안에는 알을 낳기 위해 소라껍데기 안으로 들어간 주꾸미가 요동치며 끌려 나온다. 영문 없이 줄어드는 주꾸미에 어민들의 속은 속절없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뿐이다.
그곳에선 ‘시욱지’라고 불리는 작은 돌고래 상괭이도 가끔 물 밖으로 몸을 추켜세우며 자맥질을 한다. 넉넉한 먹을거리, 인간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외딴 바다가 상괭이를 살찌운다.
주문도 남쪽에 빠끔히 고개를 치켜세운 수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통발 어선을 쫓아 정신없이 날갯짓하며 먹잇감을 노리는 갈매기 떼와 마주하며, 수많은 암초를 지나 섬 앞에 다가섰다.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 듯 ‘삐~익’ 비상사태를 알리는 검은머리물떼새 한 쌍의 울부짖음이 귓전을 때린다.
수시도는 차오른 모래펄로 수심이 얕아 작은 낚싯배가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지경이다. 그 덕에 갯바위에는 굴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백합도 지천이다. 물이 빠졌을 때 주문도 어민들이 경운기를 끌고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주문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특정도서 제6호로 무인도인 수시도(면적 5455㎡)는 강화군 특정도서다. 속 하얀 굴 껍데기가 섬을 뒤덮어 해변이 온통 새하얗다. 반대편엔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다. 어민들은 말한다. 몇 해 전만 해도 갯벌이 넓게 뻗어있었지만, 지금은 굴 껍데기와 모래, 돌이 대신 올라왔다고…
해안펄 습지와 바위의 오묘한 조화가 눈에 들어온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바위에는 온통 굴 껍데기다. 참굴, 총알고둥, 바지락 등 수시도 모래펄에서 볼 수 있는 조개류만도 11종이다.
10여m의 낭떠러지를 만들어낸 바윗돌 위 흙에 뿌리를 내린 상수리나무가 신기하다. 50∼60년은 족히 됐을 상수리나무 5~6그루가 꽤나 건강한 자태다. 고로쇠나무와 소사나무, 물푸레나무가 섬 주위 대부분을 덮고 있다. 조그마한 섬치고 우거진 숲이 손색없다.
가마우지와 중대백로, 괭이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육지와 가까운 섬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 새들이 떼를 이룬다.
외래종의 공격에 수시도도 자유롭지 않았다. 외진 섬에 황소개구리가 넘어왔다. 수시도에 생태계 교란이 퍼지고 있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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