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에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제철소 건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만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관세부과 등에 대응하고 그룹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여러 주(州) 정부와 접촉해 투자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인근 지역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제철소 건설을 위한 투자비용은 약 7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금액을 고려할 때 연간 생산량은 수백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 완공 직전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 등을 고려할 때 수요는 충분하다.
현재 현대제철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2000만t가량으로 이 가운데 자동차용 강판 생산량이 500만t가량에 달한다. 자동차 강판 생산량 중 400만t 정도가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된다.
미국에 추진하는 제철소는 고로 대신 직접환원제철(DRI)을 통해 얻어낸 순수한 철을 전기로에 녹여 쇳물을 얻는 식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전기로만 운영하더라도 환원철과 순도 높은 고철을 함께 원료로 사용할 경우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제철의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해외에 투자할 때 부품사와 함께 진출했고 현대제철은 현대차 공장 인근에 가공센터를 두는 수준이었다.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짓겠다는 것은 미국 시장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대형 투자 검토에 나선 것은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망 속에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이 확대될 예정이어서 그룹 내 현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 대형 제철소를 건설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자동차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제철 산업의 대미 사업에도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또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신행정부에 ‘깜짝 선물’이 될 수 있다.
관세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 제철소 건설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공언한 것처럼 멕시코와 캐나다산 생산품에 25% 관세와 글로벌 보편관세 10~20% 매길 경우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해외생산은 경쟁력이 상당 부분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상상인증권은 현대제철의 미국 투자와 관련, “이러한 결정에는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본제철-US스틸 인수 불허 사태로 드러난 미국 정치권의 반감을 의식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철강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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