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오던 어느 날. 퍼스널컬러 진단을 두세 번 받았고 자신이 쿨톤인 것은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회색)를 입을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는 고객이 필자의 연구소를 찾아왔다.
“ 중명도, 중채도의 그레이 옷을 입으면 얼굴이 탁하고 혈색이 아파 보여요”
그레이 톤은 지적이면서 차가운 느낌을 같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시크하면서 단정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자주 선택하는 컬러다. 남성이라면 짙은 차콜 컬러나 연한 그레이의 자켓 또는 셋업을 입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과거 은빛의 수트가 일명 ‘샐러리맨’들에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던 그 때, 거리에 물결치는 회색 정장을 입은 남성들을 보면서 여성 동료들끼리 온통 ‘은갈치’라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부드럽고 분위기 있는 그레이의 다양한 톤은 색채학에서 세부적으로 나누면 웜 그레이와 쿨 그레이로 나뉘지만 대부분의 그레이는 퍼스널 컬러가 쿨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컬러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럼 글 첫 머리에 예를 들었던 것처럼 쿨톤 판정을 받은 사람 중에서 그레이가 안어울린다고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쿨톤인데 그레이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대비감과 채도가 중요한 타입이다. 대비감이라는 것은 명도를 의미하고 채도는 컬러의 선명함을 의미한다. 즉, 퍼스널 컬러와 세컨드 컬러가 모두 겨울의 쿨톤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화이트 베이스에 라이트 그레이처럼 비슷한 명도의 톤온톤 조합보다는 화이트와 블랙을 매치하는 코디를 하면 대비감이 커져 명도차가 두드러도록 연출이 가능해진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화이트가 많이 섞인, 가장 연한 채도와 저명도의 페일 톤의 컬러들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단독으로 페일 톤만 쓰는 것 보다는 어두운 컬러와 같이 매치하는 편이 좋다.
그레이는 블랙과 화이트가 어떻게 섞여 있느냐에 따라 그 명도와 색감이 달라지는 컬러 조합이니 대비감이 중요한 겨울 타입의 경우, 페일 톤만 사용할 때는 자칫, 이목구비가 흐릿하고 혈색이 창백해질 수 있다.
또 자신의 눈동자 컬러를 한번 살펴보자. 진한 헤어 컬러로 염색을 해서 흰 얼굴과 대비감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대부분 헤어와 눈동자가 또렷하고 어두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겨울 쿨톤이면서 세부톤에서 브라이트 톤으로 진단받은 분들은 컬러가 선명한 고채도의 컬러들을 스타일링에 활용하는 것도 좋다. 모자·신발·악세사리·포인트 메이크업으로 비비드한 색감을 섞어 준다면 지루하지 않고 혈색이 은은하게 살아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중에 한국인으로서는 매우 특이한 톤 중에 하나인 겨울 딥톤이라면 저명도의 어두운 컬러를 스타일링 할수록 이목구비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피부 톤도 균일하고 깨끗해지면서 혈색이 살아날 수 있다.
다크 그레이나, 차콜 그레이 등 저명도 그레이를 활용하면 좋다.
약간의 포인트를 더 소화할 수 있다면 그레이 톤에 가장 매칭이 잘 되는 실버나 화이트 골드 악세사리를 착용하여 밋밋한 컬러감에 고급스러운 장식을 더해주면 된다.
겨울 쿨톤의 퍼스널 컬러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차겁고 모던한 이미지를 준다. 멋지게 말하면 이렇지만 혹자들을 ‘세 보인다’ ‘무섭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퍼스널 컬러 웜쿨과 4계절 분류 중에서 한국인의 확률이 가장 낮은 겨울 쿨톤.
딥 퍼플, 딥 그린, 블랙, 네이비, 마젠타, 코발트, 형광 , 블루그린과 같이 원색에 가까운 쨍한 컬러를 코디했을 때 자신이 태생적으로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나는 유형이므로 주저하지 말고 개성있는 자신 만의 스타일링을 시도해 보자.
메이크업을 할 때도 많은 화장품을 덕지덕지 얹어 주는 것 보다는 원 포인트로, 깔끔한 선명한, 가장 자신있는 부분에 포인트를 살려주면 좋다.
겨울이 왔다. 온 세상이 시커먼 패딩으로 물결치지만 겨울 쿨톤에게는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때다. 겨울답게 스타일링 하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겨울을 즐겨보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