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인 브로드컴이 엔디비아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BM 생태계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공급 기회가 생기고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브로드컴이 제작하는 맞춤형 인공지능(AI) 가속기 ASIC가 2024년까지 시장을 독점했던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위협할 것이란 분석이다. 브로드컴은 구글, 메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에 이어 최근 오픈AI와 애플에도 ASIC 분야 설계 협력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기업이 브로드컴에 자사 AI 서비스에 특화된 반도체 설계를 주문하는 배경은 비용이다. 엔비디아는 세계 AI 가속기 시장 90% 이상을 점유 중인데 가격이 비싸고 양도 시점도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특정 추론 연산만 수행해 전력 소비량이 적고 가격이 저렴한 ASIC을 빅테크가 주목하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맞춤형 AI 가속기 시장 규모가 2024년 120억달러(17조4100억원)에서 2027년 300억달러(43조54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HBM은 AI 가속기에 필수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맞춤형 6세대 HBM(HBM4) 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현재 상용화된 5세대 HBM(HBM3E)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 HBM4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 개발 및 양산에서 성과를 입증하고 브로드컴의 맞춤형 HBM4 메인 공급사로 선정되면 전체 HBM 시장의 60%를 차지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셈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을 필두로 ASIC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HBM 캐파(Capa)는 경쟁사 대비 운영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라며 “HBM 매출액 상향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도 4세대 HBM을 공급하기 위한 퀄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E 8단·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다”라며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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