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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0억弗 규모’ 국민연금 환 헤지 임박… “환율 30~40원 내려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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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예고대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hedge·위험회피)’ 물량이 시중에 풀릴 예정인 가운데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최대 500억 달러로 추정되는 환 헤지 물량이 풀리면 원·달러 환율이 30~40원 내려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위안화 약세 등 대외요인에 따라서 환율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한은 “환 헤지 곧 실시…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

지난 2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국민연금에서 환 헤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부분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해외자산의 최대 10%에 적용되는 ‘전략적 환 헤지’ 발동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

환 헤지란 환율 변동의 위험을 없애는 거래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정해 놓은 기준보다 환율 수준이 높을 경우,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선물환을 통해 매도(미래 일정 시점에 사전에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기로 계약하는 것)하는 방식으로 환 헤지에 나선다. 달러를 매도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에 따른 외환 익스포저(위험 노출)는 헤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보유 해외투자 자산의 5%(250억달러)는 재량에 따라 환 헤지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조건이 충족되면 최대 10%까지 전략적 환헤지를 할 수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실시하면 전체 해외자산의 총 15%까지 헤지가 가능하다.

전략적 환 헤지는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5거래일 이상 이어질 때 발동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계엄 이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이 조건은 충족된 상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지난달 19일(1451.90원)부터 9거래일째 1450원을 웃돌고 있다.

작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투자자산은 4828억달러다. 전략적 환 헤지가 작동되면 10%인 482억달러(약 70조원)까지 시장에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 4156억달러(작년 12월 기준)의 11.6%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거주자들이 보유한 외화예금(작년 11월 말 기준) 984억3000만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는 올해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작년 12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금위 회의를 열고, 지난 2022년 말 최대 10%로 조정된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올해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비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 전문가 “환율 안정화 도움” vs “대외요인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전략적 환 헤지로 원·달러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 헤지 물량 500억달러가 향후 10개월 동안 나눠서 풀린다고 하면 하루에 2억달러가 시중에 공급된다”면서 “이는 원·달러 환율을 30~40원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외환당국의 실개입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는데 국민연금에서 환 헤지 물량이 실제로 나온다면 환율 안정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5%까지 운용 가능한 전술적 환 헤지도 현재까지 2%대를 쓴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반면 강(强)달러 기조로 인해 환율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더 올라가지 않는 것은 환 헤지 물량에 대한 경계감이 이미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효과가 없어지고 최근 불거진 위안화 약세가 더욱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환 헤지로 인한 환율 하락 효과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 헤지 물량이 풀리면 환율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은 국내 측면뿐만 아니라 대외요인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 환 헤지로 풀리는 물량만 보고 환율이 얼마나 내려갈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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