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의 주식성적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살펴보니 조사 대상자 중 60% 정도가 주식가치 하락으로 우울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국내 주요 44개 그룹 총수의 작년 대비 올해 연초 기준 전체 주식평가액은 6조 6000억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 중에서는 박정원 두산 회장의 최근 1년 새 주식가치는 180% 넘게 상승했지만, 이동채 전(前) 에코프로 회장은 50% 넘게 감소해 표정이 어두워지며 희비가 교차했다.
주식평가액만 놓고 보면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9000억 원 이상 불어날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조 원 가까이 쪼그라져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식평가액이 국내 그룹 총수 중 올해 연초 기준 주식재산 1~2위는 이재용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각각 차지했다.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아니지만,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주식가치 10조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대비 2025년 연초 기준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도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해 상반기에 지정한 88개 대기업집단 중 올해(2025년) 연초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 원 넘는 그룹 총수(総帥) 44명이다.
주식재산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와 함께 비(非) 상장사 등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해당 그룹 상장 계열사 보유한 주식 현황도 포함했다. 다만, 비상장사 등에서는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경우로 제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우선주도 이번 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주식평가액은 작년과 올해 1월 2일 종가(終價)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올해 연초 기준으로 44개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이 1000억 원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 연초 때 조사 때 46명인 것과 비교하면 2명 줄어든 숫자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44개 그룹 총수의 올해 초 전체 주식평가액은 58조 1584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작년 연초 때 64조 7728억 원과 비교하면 최근 1년 새 6조 6144억 원 감소했다. 주식평가액 감소율로 보면 10.2% 수준이다.
그룹 총수별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44명의 그룹 총수 중 28명(63.6%)은 주식가치가 하락했고, 16명(36.4%)은 상승했다. 주식가치가 오른 16개 그룹 총수의 최근 1년 주식평가액은 4조 591억 원 많아졌다. 이와 달리 28개 그룹 총수의 주식가치는 최근 1년 새 10조 6735억 원 넘게 줄었다.
참고로 44개 그룹 총수의 전체 주식가치는 작년(2024년) 1분기 때인 3월 말(68조 2883억 원)까지만 해도 같은 해 연초 때보다 5.4% 정도 높아졌다. 이후 2분기인 6월 말(65조 5185억 원)에는 전분기 대비 4.1% 하락하더니, 3분기 때인 9월 말(63조 3656억 원)에는 이전 분기 때보다 3.3% 더 낮아졌다. 그러다 작년 9월 말 대비 올해 연초에는 5조 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줄었다. 마지막 4분기에만 8.2%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 그룹 총수의 주식가치는 지난해 2·3분기 때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는 의미다.
◆ 두산 박정원, 1년 새 주식재산 180% 넘게 퀀텀점프…영풍 장형진, 80% 이상 껑충
최근 1년 새(작년과 올해 연초 기준) 국내 44개 그룹 총수 중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는 박정원 두산 회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원 회장의 작년 연초 당시 주식평가액은 1212억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연초에는 3456억 원으로 주식재산이 불어났다.
지난해 연초 대비 올해 동기간 기준 주식재산 증가액만 2244억 원 넘게 많아졌다. 1년 새 주식재산 증가율만 해도 185.1%로 눈에 띄게 상승해 주목을 끌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종목 등에서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중 ㈜두산의 주가가 186.2%(24년 1월 2일 9만 2600원→25년 1월 2일 26만 5000원)나 뛰면서 박 회장의 주식가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의 주식평가액은 최근 1년 새 82.8%나 고공행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형진 고문의 작년 연초 당시 주식가치는 3843억 원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올해 연초에는 702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장 고문의 보유한 핵심 주식은 고려아연인데, 이 종목의 작년 1월 초 대비 올해 동기간 주가가 경영권 분쟁 이슈로 96.9%(24년 1월 2일 48만 6000원→25년 1월 2일 95만 7000원)나 크게 오르면서 장형진 고문의 주식재산도 1년 새 3000억 원 넘게 우상향했다. 장형진 고문과 경영권 분쟁으로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주식재산도 작년 초 2038억 원 수준에서 올해 초에는 3725억 원으로 80% 이상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몽규 HDC 회장의 주식재산은 1년 새 66.5% 정도 증가해 방긋 웃었다. 정몽규 회장의 작년 연초 때 주식가치는 2020억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초에는 3364억 원으로 높아진 것. 정몽규 회장은 HDC와 HDC랩스 주식을 보유 중인데, 이중 지주회사인 HDC의 주가가 최근 1년 새 78.3%나 오른 것이 주식재산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역시 작년 초 대비 올해 동기간 기준 주식가치가 61.6%나 높아졌다. 작년 초 1조 5415억 원에서 올해 초 2조 4917억 원으로 달라지며 주식평가액이 1조 원대에서 2조 원대로 달라졌다.
이번 조사 대상 그룹 총수 중 올 3분기 기준 주식평가액 상승률 TOP 5에는 조현준 효성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조 회장은 같은 기간 8426억 원에서 1조 2649억 원으로 주식평가액이 50.1%로 상승하며 올해 초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이런 배경에는 조현준 회장이 보유한 주식종목에 대한 주가 상승보다는 작년에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영향이 컸다.
◆ 에코프로 이동채, 주식평가액 50% 넘게 하락…LX 구본준·원익 이용한, 40% 넘게 감소
44개 그룹 총수 중 최근 1년 새 주식재산 감소율 폭이 가장 큰 그룹 총수는 이동채 전(前) 에코프로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前) 회장은 작년 초 3조 1995억 원이던 것이 올해 초에는 1조 3841억 원으로 최근 1년 새 주식재산이 56.7%나 크게 낮아졌다. 에코프로 주식가치 추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용한 원익 회장도 작년 초 대비 올해 초 기준으로 주식평가액이 2390억 원에서 1297억 원으로 45.7%(1092억 원↓) 정도 내려앉았다. 이 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 중 원익QNC 주가가 45% 넘게 내려앉은 영향이 주식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35.4%↓)과 김홍국 하림 회장(31.7%↓)도 이번 조사 대상 그룹 총수 중 최근 1년 간 주식평가액 하락률이 30%를 넘어섰다. 김범수 창업자는 작년 초 6조 1186억 원이던 평가액이 올해 초에는 3조 9527억 원 수준으로 주식재산이 6조 원대에서 3조 원대로 쪼그라졌다. 김홍국 회장도 같은 기간 1938억 원에서 1323억 원으로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계산됐다.
◆ 25년 1월초 주식재산 1조 클럽 총수 16명…이재용 회장 1위이지만 2위와 격차 크게 좁혀져
조사 대상 44개 그룹 총수 중 올해 초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16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초 15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한 명 더 늘었다.
올해 1월 2일 기준 주식재산 1위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11조 9099억 원)이 차지했다. 이재용 회장의 주식재산은 작년 초만 해도 14조 8673억 원에서 출발했다. 같은 해 3월 말에는 16조 5864억 원까지 높아지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이후 6월 말에는 15조 7541억 원으로 감소하더니 9월 말에는 13조 7956 원으로 점점 하락했다. 올해 초에는 11조 원대로 주식평가액 하락 국면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국내 상장사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작년 초 주가가 7만 9600원이던 것이 올해 초에는 5만 3400원으로 32.9%나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재용 회장에 이어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넘버2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서정진 회장은 작년 초 9조 9475억 원으로 10조 원을 밑돌았는데, 올해 초에는 10조 4308억 원으로 주식재산 10조 클럽에 합류했다. 서 회장의 경우 작년 9월 말에는 11조 3044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특히 작년 초만 해도 이재용 회장과 서정진 회장의 주식재산은 100대 66.9 수준으로 30% 넘는 격차를 보였지만, 올해 초에는 100대 87.6으로 더 좁혀진 양상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공식 지정한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은 아니어서 이번 조사 순위에는 빠졌지만,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초 기준 주식재산 10조 클럽에 합류했다. 조 회장의 경우 작년 연초만 해도 주식평가액은 5조 7475억 원으로 5조 원대 수준이었다.
1년이 흐른 올해 초에는 10조 1852억 원으로 주식가치가 70% 넘게 수직상승했다. 올해 초 기준만 놓고 보면 서정진 회장과 조정호 회장의 주식가치는 불과 2%대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근접했다. 특히 2025년 올해는 삼성전자, 셀트리온, 메리츠금융지주 세 종목의 주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따라 국내 주식부자 TOP 3 판도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그룹 총수 중 올해 초 기준 주식평가액 TOP 3에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차지했다. 정의선 회장은 작년 초에는 3조 7377억 원으로 그룹 총수 중 4위였는데, 올해 초에는 4조 2912억 원으로 3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이와 달리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작년 초 그룹 총수 주식재산 3위에서 올해 초에는 4위로 한 계단 주저앉았다. 김범수 창업자의 올해 초 주식평가액은 3조 9527억 원이다.
5~10위권에는 각각 ▲5위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2조 5816억 원) ▲6위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2조 4917억 원) ▲7위 구광모 LG 회장(1조 8119억 원) ▲8위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1조 7985억 원) ▲9위 최태원 SK 회장(1조 7163억 원) ▲10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조 5642억 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장병규 의장은 작년 초만 해도 그룹 총수 중 주식평가액 10위였는데, 올해 초에는 6위로 앞순위로 전진했다. 정몽준 이사장도 작년 초 13위에서 올해 초에는 8위로 TOP 10에 진입했다. 작년에 처음 대기업집단에 편입된 하이브 그룹의 총수인 방시혁 의장이 그룹 총수 주식재산 TOP 5에 든 것도 주목을 끌었다.
이외 ▲11위 김남정 동원 회장(1조 5347억 원) ▲12위 이동채 전(前) 에코프로 회장(1조 3841억 원) ▲13위 조현준 효성 회장(1조 2649억 원) ▲14위 이재현 CJ 회장(1조 2370억 원) ▲15위 이해진 네이버 GIO(1조 1879억 원) ▲16위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1조 489억 원)도 올해 초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 명단에 포함됐다. 이중 이동채 전 회장은 작년 초만 해도 그룹 총수 중 주식평가액 5위였는데, 올해 초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룹 총수는 아니지만 올해 초 기준 주식재산이 5조 원이 넘는 주요 주주 중에서는 홍라희 전(前) 리움미술관장(5조 4466억 원)이 속했다. 작년 초에 주식평가액이 5조 원 이상됐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4조 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참고로 앞서 세 명의 작년 초 기준 평가액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 관장 8조 2298억 원 ▲이부진 사장 6조 8698억 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6조 1619억 원 수준이었다.
이번 조사 대상 44개 그룹 총수 중 작년 초 대비 올해 초 기준 1년 새 주식평가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주인공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장의 주식재산은 최근 1년 새 9502억 원 이상으로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조 9574억 원 넘게 가장 많이 줄었고, 김범수 창업자 역시 2조 1659억 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채 전(前) 에코프로 회장도 1조 8153억 원 이상으로 2조 원 가까이 주식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2024년 국내 주식시장은 1분기 시점까지는 맑음을 보였지만, 2~4분기에 연속 흐린 날씨를 보였다”며 “특히 작년 4분기에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그룹 총수의 주식평가액도 상승보다 하락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소장은 “44개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종목은 140곳 정도 되는데, 이중 70% 정도가 최근 1년 새 주식가치가 하락하면서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도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먼컨슈머 = 임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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