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실패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수처가 ‘무능’을 입증한 것이라며 부처 폐지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공수처 무용론’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무산에 대해 “사법부에 의해 정당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이게 한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집행 경과에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발생했다”며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31일 법원으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집결했고, 대통령 경호처는 ‘절차’를 외치며 경호를 강화했다. 결국 지난 3일 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 시도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약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공수처가 지난 5일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사실상 공수처가 수사력 부족을 자인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정치권에선 공수처의 ‘능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무능하고 무기력한 공수처가 욕심은 많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출범 초기부터 잡음이 계속됐다. 논의 과정에서 정치 논리가 우선됐던 데다가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국정감사에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의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체포·압수·구속·통신사실 등 영장 발부율이 61%로 검찰(91.1%)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2년 3월 업무를 시작하면서 총 6,007건의 사건 중 4건만 공소제기가 됐다는 점도 공수처 무용론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됐다.
◇ 정치권 일각 ‘공수처 폐지론’ 솔솔
수사력 부족 지적을 받아왔던 상황에서 이번 체포영장 집행 실패는 공수처의 역량에 큰 생채기를 남기게 됐다. 그간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 왔던 여권은 이를 반격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번 사태는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량은커녕 기본적인 전문성과 책임감조차 결여돼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는 즉시 대통령 수사를 포기하고 경찰에 사건 일체를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내에서는 공수처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도 나온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힘을 빼겠다며 만든 괴물”이라며 “민주당조차 ‘공수처장 탄핵’을 거론하는 걸 보면 그 수명이 다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체포영장 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수처의 존폐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공수처는 전날 기한 연장을 위해 법원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며 2차 체포영장 집행에는 공수처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 처장은 “2차 집행에는 차질이 없도록 매우 철저히 준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영장 집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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