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자 배구의 경사’
지난 9월3일 한국프로연맹(KOVO)이 실시한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인천 배구의 경사’라고 부를만한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드래프트에는 전국 14개 고등학교에서 44명, 대학교 1명, 개인 신청자 1명 등 46명이 참가해 19명이 선발됐는데, 이중 인천 부개여자고등학교 선수 2명이 이름을 올렸다.
2라운드에서 한국도로공사 1순위로 지명된 송은채와 정관장 수련선수로 선발된 손혜진 둘이 그 주인공으로, 이로써 지난 2012년 창단한 부개여고 배구부는 처음으로 프로 선수를 배출하게 됐다.
2017년 GS칼텍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IBK기업은행에서 뛰었던 박민지(26)도 부개여고에서 뛰었으나, 졸업은 다른 학교(한봄고)에서 해 송은채가 부개여고 출신 ‘1호 프로선수’가 됐다.
2006년생 동갑인 두 선수는 인천에서 유일한 여자 배구부 운영 학교인 영선초-부평여중-부개여고를 거치며 배구 선수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인천 함박초, 창영초, 신명여고 등 다른 학교도 여자 배구부를 운영했으나 이제는 부평구에 있는 이 세 학교만 남았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안지화(43) 코치가 이끄는 부평여중 배구부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부평여중 배구부는 지난해에만 ‘2024하늘내린인제배’와 ‘제35회 CBS배’, ‘전국소년체육대회’ 등에서 모두 입상하는 등 인천 여자 배구의 산실이자 전국 여자 중등 배구부 명문으로 꼽힌다.
인천 출신인 안 코치는 실업 시절 KT&G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영선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9년부터는 모교인 부평여중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영선초에서 송은채, 손혜진을 선발했고 이들이 부평여중으로 진학할 때 함께 자리를 옮겼다.
안 코치는 최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두 선수에 대해 “항상 밝고 성실한 선수였다.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었고 시합에서 승부욕도 강했던 친구들이어서 나중에 분명히 잘되리라 생각했다”며 “오랜 기간 인천에서 프로 선수가 나오지 않아 아이들이나 학부모 모두 불안해했는데 이번 두 선수의 프로 진출로 조금은 불안감을 해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코치는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등 지역 엘리트 배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안 코치가 맡은 부평여중 배구부 부원은 총 15명이다.
과거 대한항공과 현대제철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안 코치 남편인 이성우 코치가 주말 등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나와 훈련을 돕고 있지만 평소에는 안 코치 혼자서 이들을 지도한다.
안 코치는 “올해부터 KOVO에서 내려오는 학교 지원금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에서 단체 종목 우수교로 지정하는 등 학교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이 밖에도 인천시체육회와 인천배구협회 등도 지역 엘리트 배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안 코치는 인천을 연고하는 여자 프로 배구팀인 흥국생명에 대해서도 지역 엘리트 배구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 코치는 “(흥국생명 홈 경기장인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학교가 있지만 그동안 일일교실이라든지 원포인트레슨 등을 받아 보지 못했다”라며 “일년에 한 두 차례라도 구단이 자리를 만들어준다면 어린 선수들 성장에 큰 도움이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 코치는 고등학교에 올라간 선수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가거나 대회에 나가 좀 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중·고등학교 간 원활한 연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 아이들과 훈련할 때 미래에 대해 미리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말고 최대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후회 없이 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라며 인천 여자 배구 명맥을 잇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고 힘주어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사진제공=부평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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