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형법상 내란죄 철회’가 탄핵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원단이 최근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한다고 밝히면서다. 형사 범죄 성립 여부는 형사법정에서 판단하고, ‘내란 행위’를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 파면 여부를 판단 받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권은 이를 계기로 ‘탄핵안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핵심 소추사유를 변경했으니 국회 표결 절차를 다시 거치자는 것이다. 당 공식 논평에 “사기 탄핵”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야당 내부에서도 ‘전략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무죄 판단이 안 된 ‘내란’을 정무적으로 전진배치했다가 뒤늦게 삭제하는 모양새가 돼서다. 여론전에 악수가 될 거란 우려도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조특위’(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회의도 이 문제로 점철됐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의 명칭과 목적, 대상 기관부터 재검토하자고 요구했다. 임종득 의원은 “비상사태의 핵심이 내란죄 관련 부분인데, (소추 사유에서) 그 부분을 빼는 건 앙꼬 없는 찐방”이라며 “1차 회의에서 결의한 명칭과 목적, 대상 기관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위 방해’라고 맞섰다. 백혜련 의원은 “내란죄를 뺀 게 아니라 내란 행위를 헌법적으로 정리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은 징계 절차라 헌법적으로 내란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내란죄 성립 여부는 형사재판으로 다루고, 헌법재판에선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따지면 된다는 뜻이다.
보수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건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규정하고 탄핵을 추진해서다. 실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처음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내란’이란 단어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었다. 민주당이 내란죄 혐의가 확실하다며 ‘내란 비상계엄’으로 명명하자, 여당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속기록에서 이 표현을 삭제하라며 고성과 삿대질도 오갔다.
이후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등 모든 공식 석상에서 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해 명명했다. ‘내란 일반특검법’과 ‘내란 상설특검법’을 각각 발의해 본회의에서 처리했고, 국정안정을 목적으로 ‘내란극복 특위’를 만들었다. 국정조사 특위 명칭도 ‘내란 국조특위’로 의결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소추 사유를 변경하려 하자, 여권의 ‘사기 탄핵’ 주장에 힘이 실렸다. 특히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구를 중심으로 이런 목소리가 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내란죄를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했다. 송언석 의원도 통화에서 “비상계엄의 위법성만 따지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반발이 크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내란 수괴, 여당 의원은 내란 선동세력으로 규정하고는 이제 와서 그 부분을 뺀다면 당연히 국회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탄핵안 성안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소영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국회 재의결은 필요 없다”면서도 “내란죄 성립 여부는 야당 의원들의 법적 평가인데,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굳이 안 써도 되는 내용을 넣었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계엄이 헌법 위반이라는 데 무게를 뒀어야 하는데 투 머치(too much)였다”면서 “괜히 탄핵 정당성을 훼손할 빌미를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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