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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애경그룹, 이사회서 고준 AK홀딩스 대표 사내이사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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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인해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제주항공 참사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고, 실적 악화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그룹은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를 AK홀딩스의 사내이사로 7일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AK플라자 분당점 재인수 및 제주항공 참사 ‘구원투수’ 역할을 고 대표에게 일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의 고준 대표. 사진은 지난 4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진행한 연말 행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의 고준 대표. 사진은 지난 4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진행한 연말 행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애경타워 7층 아라움홀에서 제55기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제주항공 무안 참사 이후 개최한 첫 주주총회다. 주요 안건은 고준 AK홀딩스 신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신영재 사외이사 선임 등이었다. 해당 안건들은 주총 시작 20분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되면서 마무리됐다.

고 대표는 이번 주총 결과로 AK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한다. 지난해 12월 1일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고 대표는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 예정이다. 그는 그룹의 변화를 주도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애경그룹이 직면한 과제인 AK플라자 분당점 재인수를 추진하고,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 수습을 진행할 전망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AK플라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고 대표는 일명 ‘지역 친화형 쇼핑센터(NSC)’ 전략으로 지역 상권과 상품 기획·구성(MD)을 강화했다. 홍대점의 K(케이)팝·애니메이션 중심 키덜트(키즈+어덜트) 콘텐츠 MD 입점과 기흥점의 가족 중심 콘텐츠 MD 입점이 대표적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AK플라자 대표를 역임했을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한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되살린 인물”이라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AK플라자 분당점 재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를 수습하는 데 전략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인 지난해 12월 29일 고 대표는 채 총괄부회장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제주항공 임직원 250여 명과 함께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고, 유가족 장례 지원 등을 지시했다.

다만 국가애도기간 진행된 애경그룹 연말 행사로 빈축을 산 상황에 이어,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열악한 정비 환경과 기체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화장품·생활용품 자회사 애경산업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며 브랜드 리스트까지 공유되고 있다.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되살리기도 고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셈이다.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AK홀딩스, 제주항공 지분 50% 보유… 유동성 위기 해결 여부 관심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최대 주주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합작해 만든 저비용항공사(LCC)다. AK홀딩스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4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제주항공에 유상증자로 6148억원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주식담보 대출과 교환사채(EB) 형태로 2500여억원도 차입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설도 제기됐다. 이번 참사로 대규모 항공권 환불이 이어지면서 항공사 현금 흐름을 판단하는 주요 항목인 선수금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항공권 구매자가 미리 결제하는 금액이다. 항공권 사용 전까지 부채로 처리되고, 사용 후에 매출로 전환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선수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608억원이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유동비율은 39.4%,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939억원이다. 이미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2023년(3016억원) 동기 대비 68.9% 감소한 상태다. 대규모 환불액까지 반영되면 선수금 감소를 포함해 제주항공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비단 제주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경그룹 다른 계열사 상황도 좋지 않다. AK홀딩스는 애경산업(45.1%)과 애경케미칼(60.3%), AK플라자(60.2%)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애경산업은 올해 1~3분기 영업이익 4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도 동기 대비 13.5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애경케미칼 영업이익도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8% 줄었다.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적자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K홀딩스 대표 취임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위기와 과제가 한꺼번에 닥친 상황”이라며 “고 대표가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동력을 잃지 않도록 힘을 실어준 셈”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은 이번 참사 이전에 이미 공시된 안건이지만, 애경그룹 제품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고 대표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취임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오른 고 대표가 위기의 애경그룹을 구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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