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연봉을 삭감하라는 국회 요구에 대해 방심위 예산 편성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방심위는 국회 예산 삭감으로 사무실이 축소되는 안이 나온 동시에 류희림 위원장이 자신의 연봉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나와 보직자 대다수가 줄사퇴하는 등 내홍이 극심한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앞서 류희림 위원장 및 상임위원, 사무총장 등의 연봉을 삭감(2억4200만 원)해 평직원 처우개선에 반영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경상비 예산을 약 16억 원 삭감했다. 이에 방심위 사측은 지난달 방송회관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층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개 층 임대를 빼는 안을 제시해 3억9000만 원 정도를 절감하려 하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연봉 삭감 관련 국회 부대의견이 구속력이 없고 9인의 방심위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 과방위에서 부대의견으로 제기한 위원장 연봉 삭감 내용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부대의견이 아니다”라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의 연봉은 각종 수당을 합치면 2억 원이 넘는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 부대의견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라고 묻자 박동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않더라도 과방위에서 논의된 부대의견은 존중해서 집행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선 존중해서 예산안을 올리라고 (방심위에)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했다. 방심위 예산 편성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
정치심의 논란으로 촉발된 국회 예산 삭감으로 피해가 생기자 방심위 구성원들은 위원장실이 있는 층의 복도에서 세 차례 농성을 했다. 류희림 체제에서 임명된 간부들조차 대다수가 류희림 위원장의 연봉 삭감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해 사실상 류희림 체제가 붕괴된 상황이다. 7일 현재 기준 실국장 8명 중 7명, 지역사무소장 5명 전원, 팀장 27명 중 21명이 보직을 사퇴해 보직자 80%가 류희림 위원장에 반기를 들었다.
국회에 출석한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류희림 체제 방심위는 내부에서 완전히 붕괴했다”며 “실국장 5명은 본인들이 유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재차 성명을 냈고 후속 인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직원들은 류희림씨를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류희림씨 즉각 사퇴만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심위 노조는 국회 예산 삭감으로 직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준희 방심위지부장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쫓겨날 위기”라며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야근식대, 동호회비 등 전부 삭감될 예정인데, 일단 사무실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이 부분은 인건비와 별개로 내역 사업 간 조정을 통해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사무실 2개 층 임대료 3억9000만 원에 교육훈련비 등 직원 복리후생 관련 예산 2억 원 합하면 총 (직원에 영향을 가는 삭감액은) 5억9000만 원이다. 여기서 류희림 위원장 등의 임금 삭감 (국회) 요구안이 2억4000만 원이니 빼면 3억5000만 원이다. 이 3억5000만 원을 (직원들이 피해입지 않게) 다른 경상비에서 전용할 수 있도록 방통위가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와 임대료는 필수 경비이기 때문에 필수 경비의 경우는 경상비에서 이·전용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방통위 측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회 과방위에선 방통위 회의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출석 위원 과반)으로 하고,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을 30일 내 임명하도록 명시하고, 방통위 및 방심위 회의를 생중계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불거진 ‘2인 체제 방통위’, ‘야권 추천 위원 임명 지연’, ‘방심위 정치심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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