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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민원사주’ 1년… 압수수색·포렌식 고통받는 공익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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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옥에서 열린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옥에서 열린 “우리는 왜 공익신고자가 되었나” 기자회견. 왼쪽부터 최재홍 호루라기재단 변호사, 지경규 차장, 탁동삼 연구위원, 김준희 지부장. 사진=미디어오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처음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 비판 보도를 틀어막기 위해 가족과 지인 수십 명을 동원했다는 방심위 초유의 의혹이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을 권익위에 신고한 공익제보자들이 두 차례 압수수색을 겪고 10번 넘게 경찰에 출석하는 동안, 류희림 위원장이 경찰에 출석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12월 류희림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한 공익제보자들은 지난 9월 이후 경찰에 연달아 출석하고 있다. 지난 1월과 9월, 서울경찰청이 ‘개인정보유출’ 혐의로 제보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때 압수당한 정보들의 포렌식 선별을 변호사들과 지켜보기 위해서다. 공익제보자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은 ‘11번’, 지경규 지상파방송팀 차장은 ‘10번’ 경찰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탁동삼 위원은 지난 3일 미디어오늘에 “집과 사무실 PC, 핸드폰, 태블릿, 포털사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해서 포렌식 선별만 해를 넘겨 진행하고 있다. 1월에도 포털사 정보 포렌식 선별을 위해 또 가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9월과 10월 제보자들의 이메일, 메시지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네이버, 네이트, 카카오 등 포털 업체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익제보자의 경찰수사 내역. 디자인=안혜나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익제보자의 경찰수사 내역. 디자인=안혜나 기자.

탁동삼 위원은 “거의 모든 사생활이 포함된 압수수색 정보를 하루종일 수사관과 조사실에 틀어박혀 보는 건 숨이 막힌다. 제 대화방 메시지가 작년 7월 이후로 10만여 건 정도 됐는데, 그걸 하나하나 일일이 수사관과 같이 봐야했다”며 “가는 날 아침마다 ‘난 죄가 없으니 위축되지 말고 당당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들어간다. 그렇게 하루종일 있다가 끝나고 나오면 힘이 쭉 빠진다. 그리고 다시 ‘버텨야겠다’, ‘건강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 날들이 10번 넘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권익위 신고에 이어 2024년 1월,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들도 류희림 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했지만 경찰은 아직도 류희림 위원장을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방심위 직원들과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정작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소식은 없는 것이다. 탁동삼 연구위원은 “‘왜 류희림을 조사하지 않냐’고 경찰에 물었더니 ‘필요하면 하겠다’는 답이 왔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양천서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서울경찰청에 류희림 위원장을 추가고발한 이상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도 4일 미디어오늘에 “제보자들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류희림 건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 사항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2023년 12월23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를 받았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도 마찬가지다. 규정에 따르면 신고일로부터 60일 이내 결론을 내야 하지만 약 6개월이 지난 7월8일이 돼서야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협조에 응하지 않고 참고인 간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권익위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방심위 역시 결론을 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조사 책임이 있는 박종현 방심위 감사실장은 류희림 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관련 기사 : ‘민원사주’ 류희림, 감사실장과 19차례 오찬…직원들은 “식사 기억 없다”]

지경규 차장은 “방심위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공익제보자에 대한 수사의 부당성을 차치하더라도,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권익위나 경찰의 행정력 행사에서 드러난 불공정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탁동삼 위원은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국가기관들이 이렇게까지 불공정한 조사와 수사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공익제보자로서 수사에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제 수사에 대해서 공익제보자라고 해서 경찰이 봐주거나 선처해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저에 대해 수사하는 만큼만 류희림에 대해서도 그만큼만이라도 경찰이 수사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공익제보자 3인(김준희·지경규·탁동삼)은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고 권익위에 신고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사무처 직원이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것이 본질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9월 권익위에 비실명으로 신고했던 공익제보자 3인은 류희림 위원장의 수사를 촉구하며 신분을 공개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불법을 목격했는데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 나 자신이 부끄러울 것 같아 공익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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