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을사년 새해를 맞이한 가운데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 회사의 순이익을 대폭 끌어올렸지만 숙원 과제는 기업공개(IPO) 과제는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상장계획을 철회하면서 신년 초 상장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IPO 작업을 재개하는데 고심이 깊을 전망이다.
◇ 호실적에도 지난해 IPO 작업 고배
최 행장은 올해로 취임 2년차에 들어섰다. 최 행장은 국내 및 글로벌기업에서의 금융과 전략, 재무,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디지털금융과 관련해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사로 지난해 1월 케이뱅크 행장에 올랐다.
최 행장의 취임 첫해인 지난해 케이뱅크는 호실적을 거뒀다. 케이뱅크 작년 3분기 누적으로는 1,2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수신과 여신 규모는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 말 기준 수신 잔액 22조원, 여신 잔액 1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4%, 2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객 수는 3분기 말 기준 1,20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취임 1년차에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최 행장의 어깨는 무겁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계획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30일 상장예비심사 인가를 받은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을 거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거두면서 상장 계획은 전격 철회됐다.
당시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 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장 과정에서 받은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의 상장 계획 철회는 두 번째다. 케이뱅크는 2022년 초 투자환경이 악화됐다며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IPO에 시동을 걸었지만 다시 실패했다.
시장에선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공모가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됐다. 업비트 의존도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이 20% 수준인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에만 85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이자 비용만으로 연간 86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업비트 없이 독립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장의 의문을 풀지 못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IPO 도전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 다가오는 상장예비심사 효력 만료일… 재도전할까
케이뱅크는 상장심사 효력 기간 이내 재도전을 예고했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거래소로부터 받은 상장예비심사 유효기간은 올해 2월 28일까지다. 공모 절차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케이뱅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시일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상장 작업 착수 움직임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공모 규모와 공모가 등을 놓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만이 업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모주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최 행장 등 경영진의 고심은 깊을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해 4분기 들어선 상장계획 철회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엔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증시가 휘청이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기도 했다.
신년에 접어들어서도 뒤숭숭한 시장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증시 변동성, 환율 급등,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공모주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케이뱅크가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작업 재개 일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케이뱅크는 상장예비심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케이뱅크가 재무적 투자자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앞서 케이뱅크 대주주 비씨카드는 2021년 케이뱅크를 2026년 7월까지 상장하는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투자를 받았다. 이 기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FI들은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다.
최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그의 임기 만료 전에,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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