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부터 우유, 치즈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고 가격이 올랐다. 이번 달까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버텨볼 요량인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가격 변동 공지를 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
6일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수현(36)씨는 “같은 매출이어도 원재료값, 인건비,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지난달부터 10~20% 정도 순이익이 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커피 음료와 스콘, 타르트 등 디저트를 팔고 있다.
그는 “작년에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스콘 가격을 500원 올렸는데, 매출이 뚝 떨어졌다”라며 “동네 단골 장사라서 가격 올리는 것도 조심스럽다”라고 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60~1470원대 사이에서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커피·카카오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격 인상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올리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막상 결정은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외식용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2024년 말 기준 1톤(t)당 7049달러(한화 약 1035만원)로 전년 대비 85.4% 올랐다. 가공용 로부스타 가격은 1t당 4875달러(약 716만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9% 상승했다. 코코아 가격도 1t당 1만1675달러(약 1714만원)로 172% 급등했다.
제과·제빵 등에 쓰는 버터나 치즈, 우유 등 수입 유제품 재료비도 오른 상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카페 장사를 하는 최 모(33)씨는 “디저트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산인데,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50% 이상 비싸게 사 오는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씨가 사용한 버터는 500g 기준 8000원에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1만2000원으로 올랐다. 1ℓ 기준 6000원대였던 생크림은 1만원대가 됐다.
이미 식음료 업체들은 새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동아오츠카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를 이유로 지난 1일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올렸다. 지난달 오리온은 초코송이·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홈런볼·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동서식품도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커피 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카페를 운영 중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릴지 말지 고민한다. 탄핵 정국 여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시기에 가격까지 올리면 단골들의 발길까지 끊길 수 있어 무작정 가격 인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영우(38)씨는 “동네 장사라 가격을 올리는 건 부담스럽다”며 “원재료 가격을 생각하면 올리는 게 맞지만, 괜히 올렸다가 손님들이 뚝 끊기면 바로 매출 하락 직격탄을 맞는다”고 했다.
일부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가격은 올리지 않는 대신 원재료 양을 줄이거나 배달 제품 가격만 인상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사장인 박 모(45)씨는 “단골들에게 물어보니까,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디저트 크기를 조금 줄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다”며 “푸짐하면 좋지만, 식후에 들르는 카페인 만큼 디저트가 굳이 클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음 달 카페 공식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해당 내용이 담긴 공지를 올릴 예정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비슷한 ‘꿀팁’들이 공유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커피·디저트 판매 가격의 앞자리가 바뀌지 않는 선에서 소폭 인상은 소비자들도 이해해 주는 분위기”라며 “커피 음료 용량을 늘리거나 디저트 토핑을 더 많이 올려서 500~1000원 정도 더 받는 게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자영업자는 “배달 최소 금액을 1000원 인상했다”며 “전체 가격 인상을 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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