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소재 한 8층 상가에서 큰 불이 났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는 1층 식당 주방에서 시작돼 환기구를 통해 건물 외벽으로 번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대형 참사를 막은 주요 요인으로 소방당국과 전문가는 ‘닫힌 방화문’, ‘작동된 스프링클러’, ‘열린 옥상문’ 등을 꼽았다.
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분당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 37분경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BYC빌딩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빌딩은 지하 5층 지상 8층의 연면적 2만5000여㎡ 규모인 대형 복합상가로, 음식점, 병원, 수영장, 헬스장, 상점, 사무실, 주차장 등이 있어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4분 후 비상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다시 3분 뒤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대응 2단계에서는 주변 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 장비가 투입된다.
불은 1시간 20분 만에 식당을 전소하며 모두 꺼졌다. 화재 당시 건물 안에 있던 310명 중 35명만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 외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적은 인명 피해의 요인으로 방화문 등 소방시설의 제대로 된 작동을 지목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분당 화재는 방화문의 시정, 스프링클러의 작동, 옥상문 개방 등 몇 가지 사유로 인해 중상자 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 화재에서는 옥상 문이 잠겨 있어 사람들이 피신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옥상 문도 개방돼 있어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며 “지하에 있는 수영장의 경우 관리자가 대피 유도를 잘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화재 원인으로 1층 김밥집 내 주방 튀김기의 과열로 판단했다. 과열된 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돼 배기덕트를 타고 옮겨 붙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배기덕트는 건물 공동 환기구에 연결된 것이 아닌 외부 주차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설치돼 있어 화염이 직접적으로 다른 층에 번지지 않았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불을 낸 당사자 및 업주에 대해 실화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층마다 방화문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덕에 1층부터 퍼진 유독가스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앞서 2023년 12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2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 당시 불은 3층에서 시작됐는데 11층에서도 사망자가 발견됐다. 이는 방화문이 열려 있어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여러 층에 퍼졌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도 정상 작동해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분당 상가 건물 화재 때 화염과 유독가스가 건물 외벽을 타고 크게 치솟기도 했는데, 정작 실내로는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때는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불길이 순식간에 커졌다. 정부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해당 호텔은 2003년 준공돼 설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분당 상가는 2005년 준공됐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고 정상 작동됐다.
아울러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어 시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현행 건축법과 소방시설법상 화재 시 옥상을 주요한 대피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옥상을 설치하고 출입문을 개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물에 입주해 있는 관계자, 안전 관리자들이 화재 시 대피 요령을 잘 숙지하고 있었던 점도 피해를 감소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해당 건물 지하에는 어린이 수영장이 있었는데 화재 당시 수영장 관계자들은 정확한 대피 요령대로 행동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이들은 무리하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안전하게 어린이들을 지하로 이동시켜 대기하도록 했다. 상가 지하 3층, 5층에는 유독가스 등 확산을 막는 제연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건국대 소방방재융합학과 이향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분당 BYC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규모도 크고 유동인구도 많아 자칫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던 사건”이라며 “화재경보기와 같은 알람 시스템, 방화문 및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스템의 정상 작동, 열린 옥상문에 이어 소방당국의 신속한 진압과 대응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건물 관계자, 시민들이 화재 대피 매뉴얼을 잘 숙지하고 있던 것은 물론 질서 정연하게 대피한 점이 훌륭한 재난대응의 사례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옥상문과 방화문, 스프링클러 모두 안전 대응의 기본적인 요소임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해당 사건은 기본만 제대로 지켜도 대형참사로 번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시민, 안전 관리자, 지방자치단체가 이 같은 재난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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