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대중수출이 대미수출을 추월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작은 차이를 보였다.
6천838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수출은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 1위, 미국 2위에 이어 베트남이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거치며 2003년부터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지켜왔다.
한데 최근 중국 내수 부진과 우리 기업들의 중간재 자립 강화로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변화를 보이며 대중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중외교가 소원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비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미수출과 투자는 함께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수출은 2023년보다 6.6% 늘어난 1천330억2천600만달러로, 수출 대상 나라 중 1위를 차지했다.
대미수출은 10.45% 증가한 1천277억9천100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보이며 8년 연속 성장 흐름을 이어왔다.
그 결과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3천500만달러로 나타났다. 2003년(8억9천100만달러) 이후 가장 격차 폭이 좁혀진 것이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격차가 가장 컸던 2018년에는 그 차이가 894억500만달러에 달했다. 이때 대중수출액은 1천621억2천500만달러로, 대미수출액(727억2천만달러)의 2배가 넘었다.
그 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5천900만달러, 2020년 584억4천900만달러, 2021년 670억1천100만달러로 정체된 흐름을 보이다 2022년 460억2천300만달러, 2023년 91억2천200만달러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중수출은 줄고 대미수출은 늘어난 결과다.
대중수출은 문재인 정부 5년차인 2021년 1천62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선이 치러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부터 1천557억달러, 2023년 1천248억달러, 2024년 1천33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8.2%), 반도체(122.8%), 일반기계(3.6%), 컴퓨터(196.8%)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기계류 및 중간재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도 반도체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베트남수출은 583억달러로 2023년(535억달러)과 비교해 9.1% 증가해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일본을 제치고 ‘3대 교역국’ 자리에 오른 이후 3년 연속 3위 수성이다.
흑자 규모로는 베트남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흑자를 한국에 안겼다.
지난해 교역량 증가율은 베트남이 9.3%로, 미국(6.9%), 중국(1.9%), 일본(1.1%) 등 주요국을 모두 제치고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의 대베트남 무역수지는 299억달러 흑자로, 전년(276억달러)보다 그 규모가 23억달러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의 최대 흑자국인 미국(557억달러)에 이어 2번째로 큰 것이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무역은 1992년 수교 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수교 당시 5억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현재 150배 넘게 늘었다. 특히 2014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뒤 두 나라간 교역 규모는 300억달러대에서 800억달러 규모로 2.5배 이상 폭증했다.
2014년 당시 8위 교역국이었던 베트남은 FTA가 발효된 2015년에 4위로 올라선 데 이어 2022년에 일본(853억2천만달러)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 판매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류 영향으로 ‘K-뷰티’, ‘K-푸드’ 관련 제품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의 무역·수출에서 미국과 중국 등 G2 비중이 높은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세안인데, 아세안의 대표 주자가 베트남이라 할 수 있다”며 “베트남 역시 한국이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만큼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 출범해 미중 갈등이 표면화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경우 앞으로 대중수출 확대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향후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립도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간 첨단산업 분업 체계와 공급망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미국과 상호보완적인 교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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