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아트센터 자인에서 10인 작가전 《MONOLOGUE & DIALOGUE Ⅱ》이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각 개별 작가들의 독백과도 같은 작품이 모여 함께 나누는 대화를 만들어내는 단체전 《MONOLOGUE & DIALOGUE》는 매 년에 개최되는 아트센터자인만의 기획전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인의 작가가 함께했다.
지난 3일 오프닝 행사에서 아트센터 자인 이경자 관장은 “작년에 처음 진행된 《MOLOGUE & DIALOGUE》 기획전이 주었던 감동과 느낌을 잊을 수 없어 그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해마다 1월에는 10인 작가님들을 모시고 전시를 진행하려고 한다.” 며 환영의 말을 전했다. 오프닝은 참석한 10인의 작가가 직접 전하는 작품 소개와 참석자들간의 자유로운 네트워킹으로 진행되었다.
전시는 2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아래층에는 고완석 작가, 김병구 작가, 류지수 작가, 박정님 작가, 윤경희 작가의 추상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위층에는 구상화 중심의 김영식 작가, 김기로 작가, 남여주 작가, 박진우 작가, 이존립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작가가 전하는 작품 이야기
류지수 작가 : 비움을 캔버스에 채우다
“인물 작업을 30년 가까이 하다가 느닷없는 회의감에 빠져 작업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남부로 떠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제 마음을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을 하다보니, 나의 욕심에서 모든 것이 비롯되었구나 싶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무한한 욕심이 오히려 작업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죠. 그 욕심을 깨닫고 나니 비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비움에 대한 작업입니다. 비움을 캔버스에 어떻게 옮길까 생각을 하다가 네모로 형상화 했어요. 네모를 그린다는 것은 저에게 비워가는 과정이 되었고 그것이 캔버스에 옮기자 비움으로 꽉 차게 되었죠. 어느 날은 한 컬렉터가 저의 작품을 사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본인께는 제 작품의 빈 공간에 자신의 고통을 담으면 고통이 승화되어 사라질 듯이 느껴진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감동을 받아서, 그 후부터는 비움과 동시에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 된다는 의미에서 빈 박스를 그리고 있습니다.”
김병구 작가 : 반복 속에서 찾은 평정한 마음
“제 작품은 물질을 쌓아가는 작업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비워가는 작업입니다.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매일 조금식 비워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수행에 가까운 작업이기도 하고, 때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작가가 직접 움직이며 해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작업 활동이에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평정심입니다.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외부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헤메요. 그런데 오히려 그 행복을 찾다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고 상대방과 다툼이 생겨요. 진정한 행복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자극이 아니라, 그저 반복되는 것들 속에서 느끼게 되는 가장 안정감 있는 감정, 평정심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박정님 작가 : 마음 속 빛의 변주를 새기다
“저는 빛의 변주라는 타이틀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캔버스를 곧 나 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 속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새기듯이 작품을 합니다. 내 마음의 표현을 하고자 했을 때, 저는 빛이 떠올랐어요. 어둠 보다는 밝음의 마음을 담은 빛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을 극대화 하고 싶어서 각기 다른 색의 물감을 층층이 올리고 조각도로 깎아나가면서 빛이 드러나는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반복되는 작업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이 행위가 굉장히 즐거워요. 같은 행위지만 매번 빛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행복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고완석 작가 : 그림 속 나를 마주하는 시간
“저의 작품은 민요의 가창 방식을 회화로 표현하는데에 있습니다. 서양의 노래와 다르게 민요는 가창자와 청중이 호흡을 맞춰서 하는 맛이 있습니다. 청중 또한 무대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고, 같이 예술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제 작품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작품에 투영된 나의 모습까지도 하나의 그림 요소가 되면서 바라보게 되죠. 이렇게 본다라는 개념을 화두로 삼고 작품을 보고 또한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길 바라며 이렇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윤경희 작가 : 그림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제 작품의 테마는 ‘인식의 차이’입니다. 내가 바라보는 것과 상대방이 바라보는 것이 달라요. 그 차이로 인해서 서로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경쾌하게 표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저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 넓혀지고 좁혀지기를 반복하고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인식의 초월을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타협과 이해를 캔버스에 담고자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언제나 즐거움을 작품에 담고자 해요. 제 작품에 공감을 하셔도 좋고, 다른 생각이 들어도 그 자체로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호 작가 : 빗방울이 떨어지는 정지의 순간
“제 작품을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작품입니다. 익숙한 장면이지만 자꾸만 바라보게 되는 순간의 정지 상태를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이를테면 우리가 불멍을 할 때, 움직이는 불 형태는 익숙하지만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죠. 물가에 떨어지는 빗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가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물 표면에 생기는 파문의 순간을 정지상태로 나무에 옮겼습니다. 한 켠에 일직선으로 파낸 수직의 형태는 허공에 나타나는 빗방울의 궤적을 표현한 것입니다. 속도감과 긴장감이 느껴지죠.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 궤적이 그리는 작은 충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영식 작가 : 배려와 존중의 색을 담다.
“제 작품은 맑고 따스한 햇살 같은 것을 담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색과 색의 조화로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안에는 늘 배려와 존중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선과 색이 저의 연인이 되고, 저를 춤추고 꿈꾸게 합니다. 언제나 기쁨과 희망이 함께합니다. “
박진우 작가 : 생각의 유쾌한 변주
“작품 주제는 입니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무엇을 표현할까 하면서 그때 그때 시사적인 것들, 개인적으로 겪은 유머러스한 일들, 약간의 실험적인 생각들을 재미있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전쟁이나, 사건, 사고 처럼 슬픈 이야기들을 담기도 합니다. 제 작업에는 피노키오의 코가 등장하는데, 거짓말을 상징해요. 여기서 거짓말은 남을 해하는 거짓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선한 선의의 거짓을 의미해요. 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컵은 기분 좋은 순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러 생각들이 믹스 되어 있는 유쾌한 작품입니다.”
남여주 작가 : 생각의 유쾌한 변주
“제 작품은 상선약수에서 시작합니다. 물은 제가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물이라는 자체가 좋기도 하고,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고, 어머니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 중에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또 옆의 것까지 아울러서 하나가 된다.’는 글이 좋아서 상선약수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저는 물을 통해서 보여지는 자연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실존하는 자연이나 저의 경험과 마음 속에서 굳어진 자연의 모습이 서로 하나가 되어서 물을 통해 흘러가는 것을 화면에 담았습니다.”
■ 전시개요
– 전시명 : MONOLOGUE & DIALOGUE Ⅱ (10인전)
– 참여작가 : 고완석, 김영식, 김기로, 김병구, 남여주, 류지수, 박정님, 박진우, 윤경희, 이존립
– 전시기간 : 2025년 1월 3일 ~ 1월 25일 / 매주 월요일 휴무
– 전시장소 : 아트센터 자인(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4길 27)
– 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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