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서남부에 일었던 강화·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잠잠해지기 무섭게 강화 북동부 갯벌에 또 하나의 거대 프로젝트가 터져 나왔다.
2008년 3월 11일 이명박 정부가 TF를 구성해 강화 교동 앞바다 풀등 30㎢에 밑그림을 그린 인공 섬, ‘나들섬’ 프로젝트였다.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을 갯벌에 담기로 한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끌어 올리겠다는 지원책이었다.
정부는 당시 인구 20만 명을 수용할 나들섬 조성에 총사업비 2조원이 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체 부지 가운데 40%는 도로, 하수처리장 등 공공용지와 녹지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60%는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1782만㎡에 이르는 토지 매각대금은 8조1천억원(3.3㎡당 15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400억원을 투입해 남북 공동으로 3만t급 선박 6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과 5600억원을 투입해 인천·서울~개성·평양을 잇는 도로도 건설할 계획이었다.
나들섬 개발의 논리는 간단했다. 평균 5m 이하로 낮은 수심을 보이는 강화 등 인천만은 바닷물이 빠졌을 때 3분의 2가 펄로 드러난다. 26억6000만㎥에 달하는 모래가 쌓인 덕이었다.
인천만 북부의 모래톱(4억8000만㎥)을 이용해 인공 섬을 만들자는 게 나들섬 프로젝트의 뼈대였다. 정부가 450억원을 들여 남북 공동으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13년까지 나들섬 건설을 끝낸다는 복안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나들섬 프로젝트는 고려대 남성욱 교수 등 친이 학자들이 주장해온 ‘한반도 공동번영 대전략’의 한 갈래였다.
갯벌매립을 통한 산업과 물류단지 조성이 축인 ‘한반도 공동번영 대전략’은 엄청난 프로젝트다. 통일 후까지 3단계로 나눈 간척지 조성면적은 모두 644.7㎢로 여의도의 220배에 달한다.
석모도 서부(97.2㎢)~강화 북부(47㎢)~강화 남부(152.7㎢)~영종도 북부(54.1㎢)~강화 주문도 서부(33.3㎢)~해주만 일대(260.4㎢)에 이른다. 인천·경기만 갯벌(838.5㎢)의 79%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문제는 이 거대 프로젝트가 현실화했을 때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에서 쏟아지는 물을 담수할 수 있는 공간(갯벌)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들 강물의 70%가 통과하는 석모수로와 30%를 소화해 내는 염하수로의 물길이 막힐 경우 강물은 한강으로 거슬러 올라가 경기 북부에 대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왔다.
임진강 하류~한강 하구~강화군 말도 연안부에 쌓인 모래를 캘 경우 꽃게 산란장인 옹진군 연평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나들섬이나 한반도 공동번영 프로젝트에 대한 반론과 대안이 봇물을 이뤘다. 굳이 갯벌을 매립하지 말고 섬을 이용하자는 제안이다.
강화 북부 갯벌이 아닌 교동도를, 강화 서부 갯벌이 아닌 석모도와 주문도를 직접 대북경협의 전초기지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이래야만 강화의 자연생태·역사문화관광지 조성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검증과정 없는 추진으로 실효성 논란으로 빠졌던 ‘나들섬’조성 프로젝트는 결국 유야무야됐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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