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단지별로 구성됐던 산학연협의체를 업종별로 묶어 재편한다. 전국에 79개로 분산됐던 협의체 수를 25개로 줄이고, 규모는 더 확대한다. 기존 협의체가 위치한 지역에서만 주로 네트워킹 활동에 나선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종별로 ‘초광역 단위 산학연협의체’를 구축함으로써 동종, 이종 업계 기업들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협의체 네트워킹, 90.2%는 동일 지역 내에서 수행
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집적지 경쟁력강화사업 추진계획’ 변경 고시를 냈다.
해당 계획은 2005년 처음 수립됐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들과 인근 대학, 연구소, 지원기관들이 교류·연계할 수 있도록 특정 기술 분야 ‘산학연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상호협력, 공동학습, 정보공유, 기술 사업화 등 전주기 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협의체를 통한 네트워킹 활동, 공동 R&D 등을 유도해 왔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주도 방식으로 협의체를 운영해 오다가, 2021년부터 민간주도로 자율형 협의체가 운영되도록 체제를 전환했다. 전국에서 공모를 진행해 44개 산업단지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동차, 조선 등 11대 핵심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79개 협의체를 선정한 상태였다.
이번 변경 고시는 기존 산학연협의체를 25개의 ‘광역형 산학연협의체’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공단+기업 ▲공단+협단체 등 산업계 중심과 ▲공단+융합원 ▲공단+대학 등 학계를 중심으로 협의체 주관기관을 구성하기로 했다.
참여기관으로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 외에도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 산업디자이너, 기술중개기관 등이 포함된다. 민간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성장 연계형 산업생태계 조성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정부는 ‘리딩 기업’을 선정해, 민간 주도의 협의체 운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광역형 협의체로의 전환을 추진한 이유는 기존 협의체가 개별 산업단지별로 구성된 탓에 동종·이업종 간 연계형 네트워킹 활동에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산업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협의체가 2023년 수행한 교류·네트워크 활동의 90.2%는 동일 광역지자체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공간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 간, 산단 간 연계·협력과 협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광역형 협의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과 부진 시엔 ‘협의체 선정 취소’…‘공급·수요연계형’ R&D 지원 추가
다만 정부는 연차점검과 성과평가를 통해 2년마다 성과가 부진한 협의체는 ‘협의체 선정’을 취소하고, 신규 협의체를 새로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전보다 협의체가 연계·협력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기준 협의체당 총사업비는 2억2300만원으로, 이중 정부가 2억원을 지원하고 민간 기업이 2300만원을 부담한다. 국비 지원 예산은 지식재산권 출원, 시제품 제작 및 마케팅, 공동 과제 발굴·기획, 기술세미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의체 책임성 강화, 네트워킹 활성화, 자립화 기반 마련을 위해 총사업비의 10% 이상을 민간이 부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업단지별 협의체도 가시적 성과를 내온 만큼, 정부는 이번 조치로 협의체의 성과가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가 2023년 협의체 참여기업의 사업성과를 분석한 결과, 참여기업의 협의체 참여 종료 2년 후 영업이익은 같은 업종·비슷한 규모 미참여 기업보다 10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R&D 지원 프로그램도 추가 마련했다. 글로벌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협의체의 ‘국제규범 공동대응’을 올해부터 지원한다. 정부는 관련 협의체에 2년간 최대 16억원을 국비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프로젝트의 사전기획 단계부터 수요기업이 참여하고, 구매까지 연계했다”라며 “수요·공급기업의 공동성장, 선순환을 촉진하는 ‘공급·수요연계형’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르면 이달 중 ‘광역형 산학연협의체 발대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올해 협의체 지원을 위한 예산 규모는 170억원으로 책정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산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 현재 예산을 내실화해 (효율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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