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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물었다…”선생님, 계엄령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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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 학생들이 ‘계엄령이 뭐예요?’, ‘수업 때 계엄령 얘기해요?’라고 먼저 물어봤다. 계엄령 관련 수업을 해줬으면 하는 눈빛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전해줬다.

밤새 만든 ‘12.3 사태:어젯밤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어서 수업을 했는데, 지금까지 교직 경력에서 손꼽을 정도로 학생들이 집중했다. 이번 사태로 학생들의 실제 삶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도 ‘쇼크’였기 때문에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12.3 사태’ 수업 자료를 만든 한유라 선생님은 “학생들도 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 ‘우리 역사 선생님은 이 사건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그런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12.3 사태’ 수업 자료에는 지난 3일 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되기까지 ‘6시간’의 기록과 계엄령의 뜻, 역대 계엄령 선포 사례, 12.3 계엄령의 문제점 등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는, 학생들이 해당 자료를 통해 느낀 바를 슬로건으로 만드는 과제도 있다. 해당 자료는 공개된 첫날(12월 4일)에만 16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경기도 광명 충현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 선생님을 지난 달 30일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최근 수업 자료를 바탕으로 책 「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마음연결 펴냄)을 펴냈다.

▲ 전국역사교사모임이 만들어 배포한 '12.3사태' 수업 자료.
▲ 전국역사교사모임이 만들어 배포한 ‘12.3사태’ 수업 자료.

‘12.3 사태’, 역사 교사에게 ‘고민’을 던지다

한 선생님은 지난 3일 밤 계엄 선포 및 국회 상황을 보면서 ‘역사 교사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사의 한 장면인데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역사의 한 현장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라는 생각에 ‘12.3 사태’ 자료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계엄 선포가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몸 안에서 분노가 차오를 정도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교사라 시민들이 모여있는 국회 앞으로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자료를) 새벽 4시까지 만들었다.”

밤을 꼬박 새우며 만든 수업 자료는, 한 선생님과 같은 역사교사모임 회원들의 검수 과정을 거쳐 ‘해당 내용은 전국역사교사모임 전체의 입장’으로 공식 배포됐다. 배포 이후에는 시민들과 법학자 등의 조언이 더해졌다.

‘12.3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교사들만이 아니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선생님은 사태 다음 날 학교로 출근했더니, 학생들이 먼저 이야기하자는 눈빛을 보내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한 선생님은 수업을 할 때 최대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하지도 않았고, ‘누가 나쁘다’라고 편을 가르지도 않았다”며 “그런 기조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고 그렇게 수업을 했다”고 말했다. 수업 자료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화제가 되면서 인터뷰도 했지만 그때에도 정치적 성향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수업 후 ‘우리가 침해받은 권리 찾기’와 ‘슬로건 만들기’에서 세계인권선언문 제19조‧27조‧30조를 인용해 “표현하는 것도 자유다”,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 “권리를 짓밟는 권리는 없다”고 남겼다.

또 계엄령이 실제 상황이라는 가정하에 “영장 없는 구속은 위법이다”(형사소송법 제212조), “자유와 평등을 침해받고 질서가 무너진다”와 같은 진지한 반응을 나타내는가 하면 “친구와 농구할 수 없다”, “배달이 늦어지고 야식을 시켜 먹을 수 없다”처럼 재기발랄한 모습도 보였다.

▲ 학생들이 '12.3 사태' 수업 후 남긴 반응.(한유라 제공)
▲ 학생들이 ‘12.3 사태’ 수업 후 남긴 반응.(한유라 제공)

선생님, 계엄령이 뭐예요?

한 선생님에게 학생들처럼 ‘계엄령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헌법에 명시된 ‘계엄’의 정의나 정치적인 개념이 아닌 ‘계엄’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악용됐는지 설명했다.

“한국에서 ‘계엄’이라는 것은 독재 정치를 하던 권력자들이 권력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 마지막 계엄이 선포된 것이 1980년으로 45년 전 일이지만, 당시를 산 사람들은 여전히 ‘계엄이 우리 삶을 어떻게 제약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된 시대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계엄이 또다시 선포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특히 한 선생님은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선포된 12차례의 계엄과 윤 대통령의 계엄은 차이가 있다며 ‘시민들의 정보력·행동력’, 그리고 ‘시민과 정치인 간 연대’로 계엄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권력자가 아닌 시민들도 많은 정보를 갖게 됐다. 그날 밤 시민들이 언론보다 먼저 ‘국회 봉쇄’ 소식을 알렸다. (권력자가)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시민들이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정치인들도 자기네들끼리 행동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연대하고 같이 행동했다. 그렇게 ‘반헌법적 절차’를 막아냈다.”

한 선생님이 정리한 그날 6시간(3일 밤 10시경부터 4일 새벽 4시경까지)에 대한 기록이다.

“22:20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 22:50 제22대 국회 봉쇄 → 23:25~ 계엄사령관 임명, 포고령 발표, 23:30 시민들, 국회 앞에서 시위 시작 → 00:24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 내부로 국회의원 소집 → 00:28 국회 본회의 개의 → 22:34 공수부대,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 → 01:00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안건 상정, 재석 190석 만장일치로 결의안 가결 → 01:11 계엄군 철수 시작 → 04:26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시작 → 05:04 국무총리실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안 의결 발표”

한 선생님은 해당 기록에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시도’를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뺐다”며 당일 벌어진 사건 하나하나보다 맥락을 짚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수업 자료를 책으로 확장·편집하면서도 “시민들이 ‘아, 그날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정도”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한 선생님은 “당분간은 자료를 업데이트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12.3 사태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포’ 명령이 드러나고, 시민들의 연대가 빛을 발한 ‘남태령 대첩’ 등을 보면서 “(수업 자료가)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의미를 가진다면 적당한 시점에 내용을 보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사회적 불의가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게 해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 선생님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그날 아침 공기와 주변 사람들과 했던 이야기 등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며 “비슷한 연배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해 후회가 된다고 했다.

“첫 발령지가 안산이었는데, 그때 엄청난 부채감이 생겼다. 선생님들은 순회 근무를 하기 때문에 제자를 잃는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경험을 가진 선생님들이 주변에 많았다. ‘그때 왜 나는 나서서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역사 교사로 그 시대 대한, 당시 학생들에 대한 부채 의식이 들었다. 그때 행동하지 않았던 게 미래에 큰 부채 의식으로 쌓이는 듯했다. 12.3 사태를 겪으면서 미래의 나에게, 또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게 더는 부채 의식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한 선생님은 12.3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의 모두가 “행동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정치·사회적 불의가 ‘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걸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학생들에게는 “역사나 정치적 사건이 내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우리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만약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일어나면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 '12.3 사태:어젯밤 이야기' 수업 자료를 바탕으로 한 책 「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한유라 지음·마음연결 펴냄). ⓒ마음연결
▲ ‘12.3 사태:어젯밤 이야기’ 수업 자료를 바탕으로 한 책 「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한유라 지음·마음연결 펴냄). ⓒ마음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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