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빠른 탄핵심판’ 위해 ‘형법상 내란죄’ 주장 철회
與 “사기탄핵 각하하고, 탄핵안 재의결 절차 밟아야”
나경원 “野, 웬 말장난”…주진우 “이재명 위한 꼼수”
‘위법 영장’ 집행부터 “적법절차 따라야” 주장 봇물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형법 위반이 아닌 헌법 위반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한 절차라는 입장과 함께 이 같은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같은 결정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앞당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탄핵소추문에서 ‘내란죄’를 뺀다면 국회에서 탄핵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반박하며 맞서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내부에선 탄핵과 관련한 전반적인 절차에서 ‘적법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4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한 뒤 소속 의원들의 명의로 입장문을 내서 “민주당이 지난 한 달 동안 내란죄를 선동하고선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뺀다는 것은 양두구육의 사기 탄핵소추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졸속 사기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하고, 국회는 새로운 탄핵소추문을 작성해 탄핵안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친 이유는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측 대리인단은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 준비 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헌법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고 헌법 위반 사실관계를 다룸으로써 헌법재판에 맞는 주장과 입증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내란죄 수괴라는 치욕적 굴레를 썼고, 국회에선 어떠한 별도 조사과정도 없이 언론보도 63건만을 증거로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였다”라며 “그런데 막상 헌법재판이 시작되자 내란죄를 빼버리겠다고 한다. 온나라를 내란죄로 뒤집어놓고, 전국에 현수막을 걸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내란동조자라며 선전선동에 악용해놓고, 이제와 내란죄를 논하지 않겠다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엿장수 엿가락 늘렸다 줄이듯 탄핵소추안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앞으로도 이를 악용해 중죄를 덧씌워 탄핵을 남발하고 추후에 수정하면 된다는 식으로 국정마비 사기탄핵을 반복해 자행하지 않겠나”라며 “이것을 가능하게 길을 열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권력배제, 국헌문란 목적의 헌법유린내란 아닌가. 내란죄를 뺀 새로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혀 다른 소추안이므로 반드시 새로운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내란죄를 빼고 나머지만으로 최대한 빨리 탄핵함으로써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피해보려는 것인 명백한 꼼수”라며 “헌법재판소가 민주당과 ‘탄핵을 빨리 인용해 줄 테니, 탄핵 사유를 줄이라’는 짬짜미를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며 민주당의 꼼수를 도와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문의 핵심 내용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국무회의에서 막지 못하고 공모·묵인·방조했다는 것인데 한 대행의 탄핵소추에서 ‘내란죄’를 빼면 도대체 뭐가 남나”라며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에게 권유해 대통령 탄핵만 앞당길 궁리를 하지 말고, 쟁점이 아주 간단한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부터 결정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측의 주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모든 절차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앞서 윤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던 공수처에 대한 비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한 것과 관련해 △내란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점 △영장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한 점 △영장전담 판사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명시한 점 등을 들어 해당 영장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 형사소송법 규정을 배제하는 무소불위의 불법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즉각 탄핵돼야 한다”라며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잘못이 있다고, 위헌적 탄핵, 불법 수사와 체포를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발부 및 집행에 대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또 “‘내란죄’가 탄핵소추안에 없었다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해 국민을 농락하고 헌법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 위기와 국민 분열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통합의 유일한 방법은 헌법에 따르는 것이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절차 또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계엄은 계엄이고, 내란은 내란이고, 탄핵은 탄핵이다. 우리 안에서도 계엄이 옳았다는 주장을 하는 이는 없다. 다만 탄핵을 하려면 그에 맞는 적법한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우리의 근간이다. 아무리 윤 대통령이 밉다고 해서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좋다고 해서 법적인 절차까지 어긴다면 그건 우리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같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의결한 탄핵 사유들을 내란죄 성립 여부, 즉 형법 위반 여부로 다투지 않고 헌법 위반으로 주장하겠다는 것”이라며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이라 당연히 그에 맞는 주장을 하기로 재판부와 당사자가 정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처음에 내란 행위를 탄핵 사유로 삼은 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빠른 탄핵심판을 위해 평가 부분만 삭제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죄명을 빼고 정리했던 권 원내대표가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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