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음모 사건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88차례,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152차례 등장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내란 음모의 주요 결정권자로, 김 전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을 논의하고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한 이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거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며 국정 마비와 경제 위기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총선을 앞두고 비상계엄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평소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주사파와 반국가세력들을 정리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이러한 발언에 동조하며, 윤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했다.
검찰은 “피고인 김용현은 윤 대통령 등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보안 취약성을 문제 삼아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군 병력 투입을 논의하며 계엄령 발동 계획을 구체화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국무위원 11명에게 긴급히 소집 명령을 내렸으며, 회의는 밤 10시 17분에 시작됐다. 그러나 일부 국무위원들은 계엄령 선포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등이 윤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은 단호했다.
그는 “종북 좌파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국무위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화문 발표를 강행했다.
윤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관계를 안정시키라”고 지시했으며, 최 부총리에게는 “국회 관련 자금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비상계엄 해제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은 군 병력 추가 투입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계엄 해제안이 새벽 1시 3분에 가결된 뒤에도 김 전 장관은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에게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 가능 여부를 재차 문의했다.
곽 사령관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자, 김 전 장관은 “중과부적(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라며 실패를 인정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새벽 4시 26분에 비상계엄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음모의 중심에 있다고 명시했다.
국무회의와 계엄 선포 결정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밀어붙였으며, 경제 및 외교 정책 방향까지 일방적으로 지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지금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것이 틀어진다”고 강조하며, 계엄 선포와 이후 조치를 계속해서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비상계엄 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 처장은 계엄 선포 당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가로 불러 회의를 주재한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은 박 처장이 계엄령 유지와 군 병력 추가 투입을 위해 군부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김용현 전 장관의 공소장 공개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된 것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 윤 대통령임을 의미한다”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재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며 공수처의 체포 시도가 월권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공소장 공개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14일 첫 변론을 앞두고 있으며, 국회 측은 계엄 선포의 위헌성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출석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변호인단은 헌재에 충분한 시간을 요구했으나, 헌재는 이미 5차례 변론 일정을 잡으며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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