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국가애도기간에 연말 행사를 열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애경그룹 임원들이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고개 숙여 사죄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 고준 대표이사는 4일 유가족 앞에서 “종무식이 열린 호텔은 외부 기관을 통해 위탁운영 중이나 관리책임은 분명 저희에게, 특히 저에게 있다”면서 “그 안에서 이뤄진 경품행사 등 모든 보도 내용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이사는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모든 책임은 애경그룹 경영을 관리하는 제가 잘못한 것이고,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도 약속했다.
앞서 애경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노보텔은 참사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노보텔 엠배서더 수원 2층 연회장에서 타운홀 미팅(분기별 월례회의)을 열었다.
정부는 사고 직후부터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는데, 당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우수 직원·장기 근속자 포상, 생일자 이벤트, 경품 뽑기 등을 진행하며 웃거나 환호하는 모습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유가족들도 분노했다. 유족대표단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유가족 상대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우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하고 있는데, 그런 일을 벌려놓은 애경그룹의 행위를 보고 울분을 참을 수 없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총 181명 중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 전원이 사망했다. 정부는 사고 당일부터 이날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으며, 무안국제공항 현장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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