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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무안 참사 핵심 쟁점된 ‘둔덕 콘크리트’…위험 인지정황에도 공사 강행된 내막은?

더 퍼블릭 조회수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2024년 12월 29일. 새해를 며칠 앞둔 공휴일 날 방콕을 출발해 무안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 있는 승객과 승무원 등 총 175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무안공항의 부실한 운영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우선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안항공에 활주로 설치돼 있는 둔덕 콘크리트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상동체착륙한 사고 여객기가 착륙 유도용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해 폭발한 것이 참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둔덕만 없었다면 비행기가 폭발하지도 않았고 피해도 줄어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의 둔덕 콘크리트는 지난 2007년 처음 설치됐고, 내구연한(15년)이 지나면서 지난해 개량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기둥 위에 30cm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더 올린 것이다. 이 보강공사 시행자는 한국공항공사였고,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허가·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공항공사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공항공사는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고 지침까지 내려놓고도, 설계업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강화한 설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조종사가 동체착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조류충돌과 랜딩기어 결함도 참사의 1차 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조사가 본격적으로 들어간 시점이지만, 참사에 대한 불미스러운 정황이 속속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는 사람이 대항키 어려운 상황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맞물려 발생한 ‘인재’였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찰, 한국공항공사·제주항공 사무소 등 압수수색…본격 수사 개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이 관계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본부장 나원오 수사부장)는 2일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의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관련 혐의로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졋다.

경찰은 사고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로컬라이저)의 적절성, 조류 충돌 경고와 조난(메이데이) 신호 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사고기 기체의 정비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틀 째 이어진 수색은 3일 마무리 됐다. 여객기 운항 등에 관한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이 전날 오전 9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26시간 걸린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영상과 서류 복제·복사 등 때문일 뿐, 압수수색 영장 집행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에 대한 분석·관계자 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도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전체 탑승자 181명 중 승객 175명과 조종사·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생존한 2명은 기체 손상이 비교적 작았던 꼬리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들이다.

그 위치에 왜 콘크리트가…규정 위반 없었다던 국토부, 다시 ‘말 바꾸기’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지난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지난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사고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 미작동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항공기가 충돌한 둔덕 콘크리트가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활주로 끝에 있는 이 둔덕은 겉으로 보기에는 흙언덕이었지만 튼튼한 콘크리트가 안에 들어 있었고, 결국 속도를 미처 감속하지 못한 제주항공 항공기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역시 이번 사고를 둔덕 콘크리트가 결정적 피해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안 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행기는 착륙 당시 시속 200마일(321㎞)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 이 둔덕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말이다”고 분석했다.

이 둔덕은 로컬라이저 안테나(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가 설치된 구조물을 의미한다. 로컬라이저는 통상 활주로와 같은 바닥면에 설치되며, 항공법상에서도 공항 내 설치물은 부서지기 쉬운 소재로 만드는 것이 권고돼 있다.

그러나 무안공항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벽을 쌓아 둔덕을 형성했으며, 이로 인해 충돌 시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둔덕 콘크리트는 지난 2007년 무안공항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내구연한(15년)이 지나면서 2023년 개량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19개 기둥을 각각 25센티미터씩 잘라낸 뒤 그 위에는 30cm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더 올린 것이다. 이에 로컬라이저는 확실히 고정됐지만, 콘크리트 둔덕은 장벽처럼 단단해졌다.

이 보강공사 시행자는 한국공항공사였고,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허가·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공항공사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토부는 둔덕 콘크리트가 형성된 것에 대해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언급됐듯 항공법상에 따르면, 공항 내 설치물은 부서지기 쉬운 소재로 만드는 것이 권고돼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은 ‘부서지기 쉬운’ 공항 규정이 적용되는 구역 밖에 위치해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국토부가 고시한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에 따르면 정밀 접근 활주로라면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까지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안공항은 정밀 접근 활주로에 해당하는 만큼 무안공항의 안전구역은 로컬라이저가 있는 곳까지다. 즉 안전구역 안에서는 애초에 지금과 같은 콘크리트 둔덕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국토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국토부는 규정 위반 여부에대 전면 재검토 들어가겠다며 말을 바꾼 상태다.

전문가들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후속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무안공항과 비슷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는 여수공항, 광주공항, 청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에도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여수공항의 경우 무안공항보다 2배나 높은 약 4m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돼 있어 더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둔덕은 빼놓고 윗부분만 부러지기 쉽게 설계?…공항공사의 상식 밖 해명 논란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 콘크리트 둔덕 강화 공사는 설계 업체의 잘못된 설계를 한국공항공사가 그대로 받아들여 벌어진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고 지침까지 내려놓고도, 설계업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강화한 설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화된 구조물은 이번 사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콘크리트 상판을 누가 만들라고 지시했느냐를 두고 한국공항공사, 설계사, 시공사 등은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설계사는 “로컬라이저만 설계했고 콘크리트 상판은 설계하지 않았다”고 했고, 공사는 “부서지기 쉽게 설계하라는 식으로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2020년 만들어진 설계 업체 도면엔 콘크리트 상판이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사의 감리를 진행한 업체는 “설계 도면에 콘크리트 상판이 있고, 시공사는 이를 따라 공사를 진행해 콘크리트 상판을 더한 것”이라고 했다. 공사 측도 설계 도면에 콘크리트 상판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공항공사는 2020년 3월 입찰 공고 당시 ‘무안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에서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 착륙시설을 설계할 때 ‘부러지기 쉬움’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즉 공항공사는 해당 공사의 위험성을 알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콘크리트 강화 설계를 택한 격이 된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공사는 “부서지기 쉽다는 표현은 콘크리트 상판이 아닌 둔덕 위 구조물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상식밖의 해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콘크리트 둔덕이 그렇게 올라와 있는데 안테나만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면 비행 사고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 것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2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공항공사의 의견을 물었을 때 그렇게 답변했다는 것이고 앞뒤에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는 우리가 전체 내용을 좀 보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조류충돌, 랜딩기어 오작동 등도 1차적 원인…복합적 요인 결부된 총체적 부실

이외 에도 항공기의 조류충돌 또는 조종사의 랜딩기어 오작동도 1차적인 사고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무안공항은 사방이 철새도래지여서 건설 초기부터 조류 충돌 우려가 컸다. 조류 충돌은 세계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제1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충돌은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아예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한데다, 김포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이긴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사고 원인의 무게 추는 랜딩기어의 오작동에 더욱 쏠리고 있다. 사고 항공기를 조종했던 기장과 부기장은 비행 경력이 충분한 ‘베테랑’ 조종사로 확인됐다. 그런 이들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동체착륙을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는 랜딩기어 결함 때문이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참사 당시 영상 등을 종합해 보면 비행기는 착륙 바퀴(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채 활주로에 비상 착륙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고기인 보잉 737-800의 랜딩기어는 잦은 사고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참사 하루만인 30일 161명을 태운 같은 기종 여객기에서 랜딩기어 문제가 발생, 기체 결함을 승객들에 안내한 뒤 회항한 일이 또다시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이상이 발견되어 회항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 내려 항공기를 교체한 뒤 다시 제주로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운항중인 보잉 737-800은 총 101대다. 구체적으로 ▲제주항공 39대 ▲진에어 19대 ▲티웨이 27대 ▲이스타 10대 ▲대한항공 2대 ▲에어인천 4대다. 특히 제주항공은 전체 보유항공기 41대 중 39대가 보잉 737-800이었다.

이와 관련, 보잉 관계자 4명은 지난달 31일부터 한국에 입국해 이번 참사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조사기관이 확보한 블랙박스 중 하나인 비행기록장치(FDR, Flight Data Recorder)는 일부 부품 유실로 해독에 어려움을 겪어 미국으로 보내 조사하기로 했다.

결국 결론은 사람의 실수였느냐, 사람이 대항키 어려운 상황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맞물려 나타난 인재였느냐로 귀결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고에서 FDR은 커넥터 분실로 미국에서 분석이 필요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시기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도 자료 수집, 청문회 등을 거쳐야 해 조사 마무리까지는 아득 전망이 나온다.

더 퍼블릭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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