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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플라자에서 2025년 마러라고까지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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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플라자에서 2025년 마러라고까지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1985년 플라자에서 2025년 마러라고까지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연합뉴스

#장면1.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당시 서독 등의 재무부 장관들이 모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통화긴축정책을 지속하면서 그해 2월 미국 달러화 지수(DXY)는 전대미문의 최고치인 160을 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조세감면정책은 미국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를 심화시켰다. 무역적자의 대부분은 일본과 당시 서독에 집중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미 재무부 장관 주도 하에 인위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데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외환시장 공조개입 및 통화정책 전환 등을 통하여 미 달러화 지수는 1987년 말 무렵 85대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의 전말이다.

#장면2. 2016년 2월 27일 중국 상하이. 세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막을 내렸다. 두 달여 전 연준 금리 인상 이후 중국에서는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경기둔화가 세계 경기 회복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이틀 후 중국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경기부양을 도모하고 자본유출대책 등을 발표하면서 위안화 약세에 대응했다. 열흘 뒤에는 그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오던 유럽중앙은행(ECB)의 드라기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발언을 하며 유로화를 강세가 나타났다. 일본은행(BOJ)도 이어진 금융정책회의에서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시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점도표 상 연내 금리인상 예상 폭을 하향 조정했다.

이들 모두가 미 달러화 약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각국의 정책적 변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리면서 상하이 회의 기간 중에 주요국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 추측을 자아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하이 합의(Shanghai Accord)’라는 이름으로 종종 입에 오르내린다.

#장면3. 2025년이 시작됐다. 미국 차기 대통령 트럼프가 머물고 있는 마러라고 호텔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강력한 대중국 관세부과 의도를 내비치면서 통화가 저평가되고 대미무역 흑자규모가 큰 국가들에 대하여 집착을 보이고 있다.

사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성장 동력을 수출에 의존하면서 세계 보호무역주의의 견제 하에서 위안화 약세를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더불어 대중국 관세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이 인위적 통화절하로 맞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각에서는 대승적 해결을 위해 미 달러화 약세를 도모하는 소위 ‘마러라고합의(Mara-la-go Accord)’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 독립성 등을 고려할 때 1985년과 같은 인위적 환율조정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중국 입장에서는 현 경제 상황이 일본의 1980년대 초보다는 1990년대 초 상황에 가깝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화외교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는 데다 높은 저축률과 부진한 소비로 인한 거시경제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플라자 합의 당시의 일본에 비해 통화 강세에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내세운 공격적인 무역정책으로는 세계 경제에 필요한 리밸런싱(rebalancing)을 더욱 요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는 미국 재정의 통제 불능을 야기하고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글로벌 통화전쟁(currency war)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 재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Scott Besent)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주목해 볼 만하다. 월가의 투자자로서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관세를 수단으로 환율을 조정해 나가는 대협상(grand bargain) 과정에서 트럼프2기의 정책을 과연 국제 협력의 프레임 하에서 어떻게 자리 잡도록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참으로 2025년도 환율을 둘러싼 여건은 복잡다기하다. 그만큼 불확실성의 생성과 소멸에 따른 롤러코스터 환율 장세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 어떻게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또 다른 이슈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그간 누적된 불확실성과 상충적 주장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미 달러화 강세 일변도의 흐름과는 다른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너무 한쪽으로만 쏠려있다는 느낌이다.

1985년 플라자에서 2025년 마러라고까지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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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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