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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너만 믿는다”… 불황에 해외 돌파구 찾는 패션가 [유통전망 2025②]

IT조선 조회수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패션업계가 올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새해부터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이상 기후가 지속되면서 내수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패션업계는 해외 진출 가속화와 뷰티·생활용품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출구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9월 삼성물산패션부문 브랜드 ‘준지’가 최근 입점한 'REEL 상하이점'. 삼성물산패션부문
지난해 9월 삼성물산패션부문 브랜드 ‘준지’가 최근 입점한 ‘REEL 상하이점’. 삼성물산패션부문

다수의 패션 기업이 공통으로 삼은 타개책은 ‘글로벌 진출’이다. 한국 드라마·영화 등 일명 ‘K컬쳐’ 바람을 타고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인지도가 확산되면서 내수보다는 해외에서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중국에서 글로벌 브랜드 ‘준지’를 앞세우고 있다. 준지는 지난해 8월 중국 럭셔리 백화점인 SKP 베이징·청두점에 팝업 매장을 열었고 같은 달 하이엔드 백화점 REEL 상해점 2층에 97.4㎡(30평) 규모의 단독 매장을 선보였다. 9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리나센테 백화점 4층에 팝업을 진행했다. 준지는 중국을 발판 삼아 유럽·북미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과 리빙 사업 확대로 수익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지난해 10월 일명 ‘장원영 틴트’로 유명한 인디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어뮤즈는 북미·일본·동남아에서 인기 브랜드로 알려진 가운데 올해 어뮤즈를 효자 브랜드로 본격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 유명 메이크업 브랜드 ‘베어미네랄’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본업인 패션 사업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 중이다. 수입 패션의 경우 더로우·꾸레쥬·뷰오리 등 글로벌 인기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소비층을 확보하고 자체 브랜드는 리브랜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브랜드인 자주를 필두로 ‘현대사회를 사는 한국인의 삶에 최적화된 브랜드’라는 콘셉트로 새 제품들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나마 지난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 LF는 올해 ‘헤지스’ 론칭 25주년 맞아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특히 2030세대를 겨냥해 2021년부터 선보인 서브 브랜드 ‘히스(His) 헤지스’를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LF는 올해 헤지스의 중동·인도 시장 진출은 물론 던스트·마에스트로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추진해 외형 확장을 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도 올해 전략으로 글로벌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꼽았다. 코오롱FnC의 글로벌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는 지포어 본사와 중국·일본에 대한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코오롱FnC는 부진한 브랜드는 철수하거나 재정비하면서 내실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벌써 남성복 ‘프리커’와 여성복 ‘리멘터리’를 철수하고, 잭 니클라우스·헤드·엘로드 등 브랜드는 효율화를 위해 사업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대신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의 어패럴 비즈니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2025년 정식 발매할 예정이다.

일본 도쿄 롯데면세점 긴자에 위치한 무신사관 전경. /무신사
일본 도쿄 롯데면세점 긴자에 위치한 무신사관 전경. /무신사

패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문을 두드리는 데는 어두운 내수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3%가 내년 소비 지출을 올해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소비 감소 예상 품목 중 14.9%가 ‘의류·신발’을 꼽을 만큼 소비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도 새해 패션 시장 전망의 주요 키워드로 ‘침묵의 불황’을 제시했다. 지난해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고온 이상 현상으로 고전을 이었던 가운데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인 셈이다.

임지연 소장은 “저성장이 예고된 패션 시장, 의류 소비심리는 지속해서 낮아지고 물가상승 등으로 소비자는 더욱 소비에 민감해지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의 가속화, 경제적 불확실성, 변화하는 고객 행동은 많은 브랜드에 희망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SPA브랜드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긍정적인 흐름이 전망되고 있다. 탑텐·무신사·스파오·유니클로 등 SPA브랜드는 지난해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 약진했다. 이들의 선전은 로고가 없는 ‘드뮤어룩’ 트렌드에다 고가의 명품 대신 그와 비슷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 소비’가 맞물린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탑텐은 올해 매출 1조원을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는 6000억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유니클로 역시 이미 6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지난 2019년 일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타격 이후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도 전연령 대상 수요를 공략할 방침이다. 스파오는 컬래버 특화 매장을 운영하고 ‘스파오키즈’의 라인을 늘리고 있으며 탑텐은 ‘탑텐키즈’, ‘탑텐베이비’등 아동과 영유아 의류 라인까지 선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전연령대를 어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패션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패션 시장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성장성이 높은 브랜드 위주로 영업을 전개하 나가거나 뷰티·리빙 영역의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IT조선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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