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부동산을 관리하고 처분하는 권한을 위임받은 부동산신탁업권의 올해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부동산신탁업권의 당기순손실은 2,277억원에 달하며, 신용평가업계의 올해 실적 전망도 ‘저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2일 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어 “향후 부동산신탁사의 사업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다”며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의 외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 신탁, 신용등급 부정적… 현 업황 ‘저조’
현재 부동산신탁업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나신평 측은 지난해 12월 4일 2025년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은 2024년 대비 ‘저하’되고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나신평 측이 지난해 12월 27일 신용등급을 부여 중인 부동산 신탁사 9개사의 하반기 정기평가를 한 결과, 신한자산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코리아신탁의 장기신용등급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 측은 그 이유로 책임준공 우발부채 현실화, 자산 건전성 저하 등을 꼽았다. 그 외엔 신규평가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동산신탁사의 기존 등급은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부동산신탁 사업 현황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부동산신탁업권 ‘당기순손실’은 2,277억원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2023년 동 분기에 3,7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총자산순이익률(ROA)도 –3.3%를 기록해 전년도 동 기간 6.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영업수익은 1조2,000억원을 기록해 2023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그 구성을 살펴보면 신탁업무 수행의 대가로 받는 토지신탁보수를 비롯해 신탁보수의 비중은 감소했지만, 신탁계정대 이자를 포함한 이자수익 비중이 늘고 있어 이익의 질이 저하됐다.
◇ 책임준공 우발부채 현실화… 신탁계정대 투입으로 자산건전성 저하돼
나신평 측은 고금리와 부동산 수요자의 대출여력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토지신탁 사업장의 분양률이 지방을 중심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여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의 신탁계정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의 경우 분양률 저조와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사업수지상 대주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자금이 필요해져, 신탁계정대로 자금을 추가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동산신탁사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 산업 전반의 차입부채 규모가 증가했으며, 일부 신탁사는 금융기관 대출, 회사채 발행 외에도 모회사로부터 유상증자, 신탁계정대 유동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2022년 이후 △부동산 경기 둔화 △공사비 상승 △시공사 부실 등으로 사업장 사업수지가 저하되고, 2020년~2021년 기수주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 착공으로, 산업 전반에 가치가 떨어져 회수가 힘든 ‘고정이하자산’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23년부터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과 관련된 우발부채가 현실화되면서 신탁계정대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의 신탁계정대는 일반적으로 상환 순위에서 후순위다.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고정이하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익 누적을 통한 자기자본의 증가와 대손충당금 전입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던 산업 합산 기준 자기자본 대비 순고정이하자산비율도 2024년 9월말 76.1%로 2022년말 26.7% 대비 상승했다.
나신평 측은 이를 두고 “최근 차입형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의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산업 내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될 우려가 상존한다”며 “향후 각 신탁사의 자산건전성은 보유 사업장의 질과 개별 사업장 관리 능력 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적정성 또한 위협받고 있다. 신탁계정대 투입 증가와 대손비용 확대에 따라 영업용순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이 악화했으며, 일부 신탁사는 규제비율인 150%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이 69%로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상태다.
◇ 사업환경 우호적이지 않은 2025년… 먹거리 창출 등 과제 있어
나신평 측은 “향후 부동산신탁사를 둘러싼 사업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책임준공기한을 준수하기 위한 자금투입 및 대손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저조한 분양률에 따른 신탁계정대 및 대손부담 및 이에 따른 차입부채 확대 등이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부동산신탁사 신용도의 주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나신평 측은 개별 신탁사의 대응 능력 및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각 신탁사는 △수주선별 △사업장 관리 능력 △사업다각화 등을 통한 수익성 관리 노력에 따라 차별적인 실적을 보일 것으로 나신평 측은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나신평 측은 올해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를 소개했다. 먼저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 범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최근 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 기한을 경과한 사업장이 늘고 있고, 신탁사는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경과 기간에 따른 연체이자 금액 등이 실질적인 손해배상액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대주단은 부동산신탁사에 계약서에 명기된 손해배상금인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일체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나신평 측은 설명했다.
그 다음은 신탁사의 신규 먹거리 창출이다.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의무 범위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면서 향후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나신평 측은 이를 두고 “부동산신탁사가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의 외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불리한 사업환경과 실적저하로 신용도 부담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수주 선별 및 사업장 관리 능력과 사업다각화(도시정비사업, 리츠 운용 등)를 통한 수익성 관리 성과에 따라 개별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