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DB그룹의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DB하이텍에서 받는 막대한 보수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은 두 회장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며 DB하이텍을 압박하고 나섰다. DB하이텍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여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 미등기임원인데… 월등히 많은 보수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12월 27일 DB하이텍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엔 DB그룹의 지배주주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조기석 대표이사, 양승주 부사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이 같은 소제기청구는 지배주주에 대한 과도하고 근거 없는 보수지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입장이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총 179억1,2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83억7,000만원(△2021년 18억4,500만원 △2022년 31억2,500만원 △2023년 34억원), 김남호 회장이 95억4,200만원(△2021년 27억5,200만원 △2022년 37억100만원 △2023년 30억8,900만원))을 받았다.
주목할 점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등기임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것이다. 등기임원은 경영상 법적 책임을 지는 반면, 미등기임원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보수는 등기임원을 크게 넘어선다. DB하이텍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명의 등기임원에게 59억1,4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에게 지급된 보수는 이보다 3배 많다.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과 비교해 봐도 상당한 수준이다. DB하이텍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003억원을 배당했으며, 이 중 일반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은 821억원이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에게 지급된 보수는 총 배당금의 17.9%, 일반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21.8%에 해당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보수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보수를 정관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들에게 지급할 보수총액만 승인받고, 개별 임원에 대한 보수는 이사회 또는 이사회가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같은 미등기임원의 경우 이러한 통제마저 받지 않는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회사의 보수정책이나 보수 산정의 구체적인 내용 및 방법 등은 확인할 수 없고,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서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보다 월등히 많은 보수를 지급받는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도 없다”며 “이는 DB하이텍의 지배주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주주의 통제 없이 사실상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한 것과 다르지 않은 사익편취의 또 다른 행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배주주라는 지위와 권한을 행사해 보수 명목으로 회사의 이익을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제기청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본지는 경제개혁연대 측 지적 및 요구에 대한 입장과 김준기 창업회장 및 김남호 회장의 보수 책정 이유 등을 DB하이텍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DB하이텍이 30일 이내에 소제기청구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만약 DB하이텍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주주대표소송을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보수를 둘러싼 논란은 올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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