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금융권 전반에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신년을 맞은 금융당국과 금융권 수장들의 마음도 어느 때보다 무거운 모양새다.
◇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된 2025년 범금융신년인사회
3일 오후 2시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업권별 협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2025년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매년 1월 초, 6개 금융협회가 경제·금융당국 수장, 금융권 인사들을 초청해 여는 신년 행사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국회의원, 언론인, 금융유관기관 대표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신년인사회는 ‘더 큰 내일을 향한 걸음, 대한민국 금융이 함께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었다. 국가애도기간을 감안해 항공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묵념으로 시작해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 원장 등 주요 기관장의 신년사를 듣고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의 신년사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독했다.
정부 및 금융당국 수장들은 최근 엄중한 시장 상황을 짚으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는 신년사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국내 정치상황, 미국 신정부의 정책기조 전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진 모습”이라며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우리 경제·금융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의 상황을 짚으면서 통화정책 결정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전례 없이 높아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에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금융위는 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물 경제 회복에 주력하면서, 우리 경제·금융의 신인도 유지를 위한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권에 “자체적인 건전성·유동성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서민·소상공인,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과 경영계획 등을 계획된 일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에도 우리 경제는 국내 정치불안,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 등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면서 금융이 적시 자금공급 등을 통해 경제 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환경의 급변에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위기대응역량 강화에 신경써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불확실성 증대·경기 악화 우려… 금융권 수장
올해 각 금융권 수장의 어깨는 무겁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내란죄 수사,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혼란을 고조시켰다. 이 사태로 증시가 요동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정치 및 시장 상황은 대외 신인도 저하, 경기 부진, 민생경기 악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올해 금융협회 및 금융사 수장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요 협회 및 금융사 회장 신년사에도 이러한 부분이 주요 메시지로 제시되기도 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의 정권교체와 유럽·중동에서 이어지는 대규모 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내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권 역시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기에 은행권은 올 한 해 치유, 안정,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민생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금융시스템 안정화 △인구·기후·기술환경 변화를 대비한 혁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글로벌 경제의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조 변화, 금리인하 속도 조절, 환율의 변동성 심화, 지정학적 갈등 등 우리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요소들이 곳곳에 상존해 있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을 재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 변동성 대응· 위기관리 중요성 대두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신뢰와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수 부진 및 수출 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면서 △시장과의 약속 이행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사회적 이슈 해결 등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적 해결책 보다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한 시기”리며 “올 한 해를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고,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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