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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시장 돌진’ 운전자, 치매 진단에도 면허 갱신…적성검사 실효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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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돌진해 13명의 사상자 낸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돌진해 13명의 사상자 낸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양천구 깨비시장 차량 돌진 사고의 운전자가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음에도 1년 가까이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면허 적성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운전자 김모(74)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김씨는 오후 3시 53분경 서울 목동 양동중학교 방면에서 버스를 앞지르던 중 목동 깨비시장으로 돌진해 상인과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고로 40대 남성 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2명이 다쳤다.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약 3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가족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씨는 2022년 2월 서울 양천구 소재 보건소에서 치매 치료를 권고받았고 이후 2023년 11월에는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아 3개월 동안 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김씨는 약이 떨어진 지난해 2월부터는 가족의 권유에도 치매와 관련한 진료를 받거나 추가로 약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1종 보통면허 소지자다. 해당 면허는 2022년 9월 김씨가 적성검사를 치른 뒤 갱신됐는데, 그가 치매 진단을 받은 2023년 11월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 유지됐다. 적성 검사 당시 김씨의 나이는 만 73세였기 때문에 치매인지선별검사(CIST)를 받지 않아도 면허 갱신이 이뤄졌다.

이처럼 75세 이전 운전자의 경우 치매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나 의사의 신고 없이는 당국이 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로교통법상 고령 운전자는 65세 이상 75세 미만은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적성 검사를 받아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75세 이상 고령자만 적성 검사 시 CIST를 필수로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치매는 증상의 경중과 관련 없이 면허 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의료기관이 치매 진단을 내리면 경찰청으로 자동 통보되고 경찰청은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이를 알려 적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통보 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있어 실제 검사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고 소견서를 제출하면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424년 7월 11일 인천 남동구 소재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고령운전자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듣기 위해 교육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424년 7월 11일 인천 남동구 소재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고령운전자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듣기 위해 교육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욱이 고령화로 인해 점차 65세 이상 운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474만7426명으로, 5년 전(333만7165명)과 비교해 42.3% 늘었다. 통상 초고령 운전자에 해당하는 75세 이상 운전자는 2023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이 같은 추이면 2040년에는 고령 운전자가 13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 역시 증가세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3’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1%로 기록됐다. 즉, 65세 이상 고령층 9명 중 1명가량은 치매 환자인 셈이다. 이에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축소하고 치매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은 최근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분석한 결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 비율은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로 10년 사이 11%p 올랐다.

지난해 7월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도 68세 운전자에 의해 일어났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량이 급발진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90% 이상 밟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이동성과 공공의 교통안전을 모두 고려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3년 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을 발간해 외국은 고령 운전자에게 조건부 면허를 발급하고 있으며 실질 운전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의료 평가와 실제 차량 주행 평가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또한 실차 평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고령자의 이동성과 교통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고령 운전자에 대한 적성검사는 실효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그간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면허제와 면허 반납 제도를 추진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고령 취업자가 많아 이동권 보장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차량 80%에 가속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를 장착한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은 방안을 참고하거나 의료진단 기록을 운전면허와 연동해 치매나 뇌전증 등으로 운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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