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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립 위기에 처한 애경…주가 하락은 기본, 책임론에 관계사 ‘불매운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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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제주항공이 소속된 애경그룹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정비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고 비행시간을 최대한 늘려 안전보다는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그 책임론이 그룹 차원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무안공항에서 착륙 중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잔해. /독자제보
▲무안공항에서 착륙 중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잔해. /독자제보

애경그룹에 대한 책임론은 이미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29일 제주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65% 하락했다. 제주항공의 지분 50.3%를 보유한 AK홀딩스 주가는 12.12% 미끄러졌고 계열사인 애경산업은 4.76% 내렸다. 올해 증시는 전날 폐장했다.

애경그룹의 수장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이번 참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에 나서고,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사고 현장을 찾아 찾아 유족에게 사죄했지만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애경그룹은 사고 당일 장영신 회장과 임직원 명의로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공개 사과문을 냈다.

또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을 최대 10억 달러(1조4732억 원) 확보해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보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사고당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유가족 지원과 생존 승무원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향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항공기종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애경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와 함께 ‘제주항공 소유주인 애경그룹 브랜드들 불매해요’라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사와 애경산업이 판매하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브랜드의 이름과 로고도 공유됐다. 불매대상은 주로 소비자와 밀접한 AK쇼핑몰 생활용품과 화장품 유통사인 애경산업 등 2가지 계열사의 브랜드가 언급됐다. ‘2080 치약·리큐·케라시스·에이지투웨니스’ 등의 브랜드가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애경은 불매 당해도 된다”는 반응과 일각에서는 “사고조사가 이제 시작됐는데 불매운동은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애경그룹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애경그룹

하지만 과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어 애경이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한 가습기 살균제품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판매했다. 

그 결과 9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지난 2019년 기소됐다. 지난 26일 대법원이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애경입장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겨우 잊혀지나 싶었을 텐데 초대형 사고가 터져 자칫 회사 존립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애경그룹은 장 회장의 남편인 고(故) 채몽인 창업주가 1954년 애경유지공업을 설립해 세탁비누를 생산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장 회장은 남편이 1970년 작고한 뒤 1972년 8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1985년 영국 유니레버사와 합작사인 애경산업을 설립했고 1993년 애경백화점 구로점을 오픈해 유통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그룹의 중추 역할을 맡았고, 제주 출신인 부친의 뜻에 따라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생생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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