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 저녁 7시 30분,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손인영 감독이 신작 무용 <ㅅ · ㅁ>을 선보였다. 한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이자 감독으로서, 그녀는 이번 공연을 통해 숨과 춤을 매개로 자기 삶과 철학을 표현했다.
손 감독은 공연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번 공연은 60년 춤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관객들과 깊이 교감하기 위해 준비한 무대입니다.” 그녀는 몸짓과 숨결로 엮어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깊은 감동과 사색의 시간을 선사했다.
지난 12월 26일,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펼쳐진 손인영 감독의 신작 <ㅅ · ㅁ>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공연 이상의 경험을 선사했다. 손 감독은 자신의 춤을 “숨과 몸을 통해 삶의 총체적 기억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녀의 60년 춤 인생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펼쳐 보였다.
“춤의 기본은 숨입니다.” 손 감독의 이 한마디는 이번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그녀의 춤은 단순히 몸의 움직임이 아닌, 숨이 만들어 내는 리듬과 파동으로 우주와 교감하고, 자신의 삶을 응축하는 작업이었다. <ㅅ · ㅁ>이라는 제목은 숨(ㅅ)과 몸(ㅁ),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공연은 태초의 어둠을 상징하는 고요한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그녀의 느리고 신중한 몸짓은 생명이 처음 깨어나는 순간을 연상케 했다. 숨을 고르고 다시 내쉬는 반복적인 동작 속에서 관객들은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녀의 춤은 삶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생명의 순환, 고통과 극복, 그리고 희망은 하나의 춤사위로 연결되었다. 특히 원을 그리며 걷는 동작은 삶과 죽음, 그리고 우주의 순환을 상징하며 무대 위에서 숨결과 몸짓의 완전한 조화를 보여줬다. 이는 심리학자 칼 융이 언급한 만다라(우주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하는 도형)를 떠올리게 했다. 춤은 단순한 몸의 움직임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을 탐구하는 도구가 되었다.
공연의 몰입감을 배가시킨 또 하나의 요소는 음악이었다. 조용히 흐르던 음악은 절정에서 변칙적으로 끊기거나 변주되며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생동감을 선사했다. 숨과 몸짓의 변화에 맞춰 흐르는 음악은 인간이 시간 속에서 겪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공연을 본 한 관객은 이렇게 말했다. “숨과 몸의 조화가 경이로웠습니다. 춤과 음악이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같았어요. 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이 퍼지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손인영 감독은 자신의 춤을 “몸으로 쓴 자서전“이라고 표현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는 철학적 깊이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춤은 내 삶의 총체적 기억의 보고입니다. 숨을 통해 몸을 움직일 때, 저는 우주와 연결되고 내면의 진리를 발견합니다.” 그녀는 춤이 인간 본연의 본능에서 시작되어 철학적 탐구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주장한 ‘존재’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성찰할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손 감독의 춤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숨결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는 행위였다.
공연은 끝났지만, 손 감독의 춤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 관객은 “춤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철학적 무언극이었다“라고 평하며, “내 삶은 어떤 춤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몸짓과 숨의 조화를 통해 인생의 파장을 느꼈다“라고 전하며, 공연 내내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춤은 단순히 보는 예술이 아니라,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질문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이는 춤이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탐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인영 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춤 인생 60년을 총체적으로 정리했지만, 그녀의 춤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관객들과 공명하고 있다. “춤은 나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숨결“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춤은 세상에 하나뿐인 고유한 흔적이었다.
<ㅅ · ㅁ>은 단순히 춤 공연을 넘어, 예술과 철학,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무대였다. 그녀의 숨과 몸짓이 만들어 낸 메시지는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인생과 연결되었고,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