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탄핵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여권의 인식은 다소 안일한 모습이다. 법원의 체포영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오히려 이를 고리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 안정’을 외치면서 오히려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 ‘탄핵 민심’ 외면하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기 및 방법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 집행인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대통령 경호처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경호 조치를 공언하면서 수사기관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보수 진영 시위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 집결돼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선 지지층에게 기대는 움직임이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전날(1일) 관저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친필 서명이 담긴 ‘감사의 글’을 전달하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은 이와 관련해 공식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윤상현·김민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 관저 인근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지지층을 독려했다.
여당은 체포영장 발부가 ‘불법’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공수처가 내란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법원이 체포영장 발부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 제외를 적시한 것도 문제 삼았다. 형소법 110조·111조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것일 때는 수색을 제한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은 이를 제외하는 것이 판사의 권한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도부와 상의해 (판사에 대한) 적극 탄핵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여권은 ‘국정 안정’을 주요 키워드로 삼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을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 안정의 최우선 과제로 조속한 탄핵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권은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수 여론 조사에서 탄핵 찬성 비율이 7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도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 점도 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최 권한대행의 임명 소식에 여당은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후폭풍도 상당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진은 최 권한대행에게 집단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의 사과와 사표 수리 반려 등으로 사태는 일단 일단락됐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 탄핵 기각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윤 대통령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들은 진영 논리에 갇힐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라가 망하든 국민이 어렵든 상대에게는 절대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국민들께서는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 세력에게 기회를 안 주고 싶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대통령실 참모진 사의 표명과 관련해 “잘못을 저지를 때 왜 직을 걸고 말리지 못했나”라며 “헌법재판관 임명했다고 사의를 하는 모습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실까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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