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은행 정진완 행장 체제가 닻을 올렸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굵직한 금융사고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만큼 신임 행장의 어깨는 무겁다. 정 행장은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강조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 정진완 행장 취임사서 ‘신뢰회복’ 강조
정진완 은행장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제56대 은행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시 중구 회현동 본점에서 취임식이 열렸다.
정진완 은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신뢰 회복’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며 △지켜야 하는 것, 신뢰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고객 중심 △바꿔야 하는 것, 혁신 등 세 가지 핵심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정 행장은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되어야만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횡령사고에 이어 부당대출 논란까지 겹치면서 홍역을 겪은 바 있다. 결국 내부통제 문제에 사태에 대한 책임을 벗어나지 못한 조병규 전 행장은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우리금융 측은 지난해 11월 말 후임으로 정 행장을 낙점했다.
정 행장은 1968년생으로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 후 1995년 입행해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거친 인사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측은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그의 선임 배경을 전한 바 있다.
정 행장은 차기 행장으로 낙점된 직후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취임사에도 이 같은 의지가 강하게 관철된 모양새다. 여기에 정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고객 가치를 강조하며, 정부 금융정책에 발맞춰 실물경제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의지도 보였다. 더불어 조직 혁신과 동반성장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정 행장은 “성과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과감하게 바꿔 지나친 경쟁은 지양하고 조직과 직원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겠다”며 “직원들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고객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젊고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 내부통제 강화·조직 혁신 ‘우선 과제’
정 행장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내부통제 강화’다.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시스템 정비와 조직 혁신이 필요할 전망이다.
우선 우리은행이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에 신호탄을 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부행장급 임원 5명을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에 달하는 11명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승진한 6명 부행장 중에는 1971년생도 포함돼 세대교체도 진행됐다.
내부통제 조직도 한층 고도화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 등 책무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정보보호본부와 자금세탁방지본부를 준법감시인 아래로 모아 재배치함으로써 일부 중복되는 내부통제기능을 제거하기도 했다.
더불어 △준법감시 △금융소비자보호 △정보보호 △자금세탁방지 등 조직 간 사각지대 없는 내부통제 구현을 위해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도 신설키로 했다. 정 행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만큼 내부 정비 및 조직혁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정 행장이 마주한 과제는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 및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신년에도 대내외적 여건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긴밀히 대응하며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도 제고해야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디지털 혁신 등도 주요 숙제로 지목된다. 과연 정 행장 체제가 파고를 딛고 순항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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