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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재취업’ 증가에도 노동환경 열악…“지속가능한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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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진행된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구직신청서를 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2년 6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진행된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구직신청서를 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고령층 취업자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60세 이상 취업자 중 76.4%가 퇴직 후 재취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재취업자 상당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어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와 고용 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23년 5월 40대 취업자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에는 50대 취업자 수까지 추월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60살 이상 취업자를 분석한 결과, 60살 이후 새 일자리에서 일하는 비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76.4%로 집계됐다. 반면 60살 이전 피보험자격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는 ‘계속근로’의 비율은 22.9%였다. 고령층 취업자 10명 중 7명가량이 퇴직 뒤 재취업한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세정 전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는 결국 기존 취업자가 고령화되며 계속 재직하는 경우와 60대에 새롭게 취업하는 경우”라며 “퇴직 연령이 늦춰지거나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되는 경우, 그리고 유연 근로 형태의 확산은 고령층 경제활동참여를 지속시키며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 요인뿐 아니라 자발적·비자발적으로 60살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고령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의 노동시장 참여성향, 경제적 필요로 인해 퇴직 후에도 쉬지 못하는 비자발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계속근로자와 재취업한 고령자의 일자리에는 질적 차이가 있었다. 계속근로자는 관리직(12.0%), 경영행정직(10.8%), 제조 단순직(10.1%) 등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반면, 재취업 고령자의 경우 청소 및 기타 개인서비스직(17.7%), 간병·육아 등 돌봄서비스직(9.7%) 비중이 높았다. 이처럼 재취업한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노동 환경이 열악한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계속근로 고령자 비율은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0월 25.7%에서 2019년 24.6%, 2023년 23.9%, 지난해 22.9%를 기록했다.

박 전임연구원은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수요는 신체적 능력이나 연령 무관, 혹은 젊은층 기피 산업·직종, 지속적인 수요 발생으로 인력 부족이 심화된 산업·직종, 정부 주도의 노인일자리 사업 등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경비, 청소와 같은 단순 노무직과 돌봄, 간호 등의 보건·사회복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그는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의 주 요인은 기존 근로자의 계속근로에 따른 고령화보다는 60세 이후 노동시장 (재)진입자의 증가에 있는데, 이는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경제적 필요가 결합되며 고령층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고용의 질적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단기·임시직 중심의 고용 구조로 인해 고용 안정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정년 연장이 일부 정규직, 고숙련 전문직 등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청년 고용 기회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 등 부작용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6년 출생)가 고령층 편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는 “고령층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변화와 직업 훈련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공공일자리 확대 역시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 은평구청에서 개최된 ‘2024 은평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대에 모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 은평구청에서 개최된 ‘2024 은평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대에 모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한 60세 이상 취업자들은 위험한 근무환경에 더 오래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최근 낸 정기간행물 ‘고령사회의 삶과 일’에 실린 ‘고령취업자의 근로환경과 과제’ 보고서는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들은 물리적 유해위험요인에 더 장시간 노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의 높은 온도 노출 정도는 0.19%로 60세 미만(0.10%)과 비교해 높았다. 낮은 온도와 연기·가루·먼지 흡입 노출도 60세 미만 대비 높았다. 유해위험 노출 정도는 ‘전혀 노출 안됨’ 0에서 ‘하루 종일 노출’ 1 값으로 환산한 수치다.

인간공학적 유해위험 노출도 60세 이상이 많이 직면했다. 고령 취업자의 계속 서있기 노출 정도는 0.56%였는데, 60세 미만은 0.45%였다. 피로 및 통증자세, 무거운 물건 이동, 반복적인 손·팔 동작 등을 비롯한 유해요인 노출 정도 또한 60세 미만에 비해 높았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고령자들이 다수인 사업장에서는 고령친화적 작업환경 개선과 작업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서봉균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퇴직 후 저임금·비정규직,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고령자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의 근로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며 “비고령자의 근로는 의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잡혀 있어 근로환경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고령자의 경우 노동이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인식 하에 근로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고령자는 정년퇴직 이후 재취업 시 과거의 경력과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고령자 인력은행을 활성화해 이들의 경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매칭해 주고 직업 능력계발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고령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년연장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정년 연장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골고루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고령자가 계속근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연근무시간제와 임금피크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데 이어 일본의 출향제도(자회사 및 하청업체로의 재취업 지원) 등과 같은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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