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남동 관저로 올라가는 도로 일대를 점거했다. 공수처 측은 아직 체포영장을 들고 한남동으로 출발하지 않았는데, 보수 성향 단체는 “체포조가 출발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모여달라고 요청했다.
2일 오후 2시쯤 한남동 관저로 올라가는 도로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 60여 명이 한남대로 우측 1개 차로 15m 정도를 점거하고 앉아 있었다. 이곳은 원래 시위대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경찰이 통제하던 곳이다. 지지자들은 기습적으로 경찰 통제를 뚫고 밀고 들어왔고, ‘해산하라’고 하자 도로 위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일단 현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관저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남대로 우측 3개 차로를 차지하고 오전부터 탄핵 반대·체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부정선거 아웃(OUT) 입법 독재’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집회 사회자는 오전 11시30분쯤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저들(공수처)이 체포조를 끌고 출발했다고 한다. 오늘은 여기서 죽는 날이다”라며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을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공수처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회원들에게 “지금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려) 출발했다고 한다. 한남동으로 긴급하게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출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유튜버들이 관저 앞으로 몰리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윤석열 체포”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고,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서로 밀치고 삿대질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정말 고맙고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달 31일과 이달 1일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은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체포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는 이틀 모두 10여 명 정도로 적었다.
이날은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15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2시10분쯤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내란 세력의 준동으로 우리의 정치,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며 “환율 폭등이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며 시민의 삶이 더 어려워질까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 앞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했던 20~30대 여성 중심 ‘응원봉 시위대’가 참가할 수 있어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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