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깨비시장 자동차 돌진 사고를 일으킨 70대 운전자가 2023년 치매 진단을 받았음에도 지난해 초부터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11월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3개월 동안 복용했다. 그러나 처방받은 약을 모두 복용한 뒤 추가로 진료를 받거나 약을 다시 처방받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해 2월쯤부터 약물을 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2년 전쯤 치매 진단을 받은 적이 있으며 약을 먹은 적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A 씨가 치매 진단을 받기 전인 2022년 2월에도 양천구 보건소에서 치매 치료를 권고받은 기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치매는 운전면허 결격 사유에 포함되지만, 모든 치매 환자가 운전면허를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는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에만 수시적성검사를 통해 운전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A 씨는 이러한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2022년 9월 적성검사를 통과해 1종 보통면허를 갱신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의 치매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는 의료적인 판단이 필요해 우리가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A 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의뢰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고는 지난달 31일 발생했다. A 씨는 양천구 양동중학교에서 목동 깨비시장 방면으로 승용차를 몰고 직진하던 중 버스를 앞질러 가속하다가 시장 안으로 돌진했다. 당시 그의 차량은 시속 70~80㎞로 빠르게 질주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로 인해 40대 남성 1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A 씨는 2007년식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양동중학교에서 시장 방면으로 직진하던 중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그는 버스를 앞질러 추월한 뒤 시장으로 돌진했고, 차량은 시장 안에서 약 100ｍ가량 질주하면서 보행자와 상점 간판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사고는 차량이 이불가게와 횟집 앞에서 멈춰서면서 끝이 났다.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될까 걱정돼 오랜만에 운전했다고 했다. 그는 앞서 가던 버스를 피해 가속하다가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으며 이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A 씨 차량은 처음 과일가게를 들이받기 직전까지 후미 브레이크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경찰은 차량 결함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며, 사고 원인과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댓글0